기존 LS가 희끗희끗한 머리의 점잖은 신사의 모습이었다면 신형 LS는 각잡힌 슈트를 차려 입은 젊은이의 모습이다.
11년 만에 완전 변경된 5세대 신형 LS500h를 인천 영종도 부근 40km 정도 구간에서 시승해보니 신형 LS는 이전보다 안팎으로 편안함보다 역동성에 조금 더 힘을 준 느낌이다.
얼굴부터 단정하고 보수적인 대형세단의 이미지를 지웠다. 더욱 크게 벌어진 스핀들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기에 날카로운 눈매의 초소형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가 세 갈래로 나뉜 L자형 DRL(주간주행등)과 어우러져 공격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 디자인 역시 스핀들 그릴 테마를 적용했지만 전면부보다는 차분한 모습이다. 리어램프 안쪽과 트렁크 리드의 크롬 장식을 수평으로 연결해 차체가 넓어 보이도록 했다. 낮고 넓어진 저중심 디자인과 날렵한 루프라인으로 4도어 쿠페 같은 인상도 준다.
장인의 숙련된 기술로 완성된 렉서스 실내외 디자인의 정교함과 꼼꼼함에는 토를 달 수 없다. 5000개 이상의 단면으로 구성된 스핀들 그릴을 비롯해 실내의 굴곡이 심한 부분에도 깔끔하게 마무리된 가죽 마감과 스티치, 뒷좌석 암레스트와 도어트림의 손잡이 높이를 일치시키는 등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다.
이번 시승은 그랜드 하얏트 인천을 출발해 국도와 고속도로를 경유해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왕복했다. 주행을 먼저 하고, 두 번째에는 2열 좌석에 앉아 시승했다.
하이브리드차답게 시동을 걸어도 고요하다. 저속에서 윙 하는 미세한 모터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출발한다. 고요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 금세 엔진의 힘이 더해진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고속으로 갈수록 운전석에 엔진음이 꽤 들려온다. 듣기에 따라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장치’ 혹은 조용한 주행을 추구하는 운전자라면 ‘소음’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렉서스에 따르면 해당 엔진음은 역동적인 주행감을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것이다. 렉서스 LS의 유이치 이와타 프로젝트 매니저는 “감성적인 주행을 위해 엔진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넣은 것”이라며 “현재 일본에서 LS 500h가 출시돼 판매되고 있는데 고객으로부터 불편하단 얘긴 못 들었다”고 말했다.
LS 500h는 299마력의 3.5L V6 가솔린 엔진과 179마력의 힘을 내는 모터가 더해져 총 시스템 출력 359마력을 발휘한다. 엔진과 2개의 모터, 유단 기어를 조합해 출력을 증폭시켜 발진, 가속 시 응답성과 구동력을 향상시켰다. 또한 모의 10단 변속 제어를 통해 보다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행 감각은 말끔하다. 방향 전환과 노면 충격 흡수 모두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은 미세한 조작에도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며 방지턱을 넘거나 커브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새롭게 적용된 가변제어 기술 덕분이다. 이 기술은 쇼크업소버의 감쇠력을 자동으로 650단계까지 세밀하게 제어한다.
짧은 주행을 마치고 2열 좌석에 앉았다. 역시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운전석보다 소음이 훨씬 적고,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를 재현한 오토만 시트는 푹신하고 안락하다. 22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등받이는 48도까지 젖혀진다. 1열 동반석을 접으면 레그룸은 최대 1022mm까지 늘어난다. 동반석의 시트를 이전보다 얇게 만들고 슬라이드 길이를 늘려 만든 공간이다. 시트에는 7가지 마사지 코스(강도 5단계)를 선택할 수 있는 마사지 기능도 포함돼 있다.
차체 높이가 낮아져 뒷좌석 탑승객이 자칫 답답할 수 있는 부분을 창을 더 내어 보완했다. 양쪽에 각각 3개의 창이 있으며 모든 창에 전동 햇빛가리개가 달려있다. 이 외에 시트 조절, 선셰이드, 램프 조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의 모든 스위치를 없애고 터치패널에 넣었다. 겉보기엔 깔끔하지만 일일이 찾아야하기에 직관적인 조작은 힘들다.
LS 500h는 독일 브랜드의 대형세단과는 또 다른 감성을 지녔다. 하이브리드 엔진부터 일본 특유의 문화가 깃든 실내 디자인과 이에 대비되는 과감한 외관 디자인 등 내세울 만한 특이점이 많다.
이날 시승한 차량의 가격은 LS 500h AWD 플래티넘 1억 7300만 원이다. 이 외에 AWD 럭셔리가 1억 5700만 원, 2WD 럭셔리는 1억 5100만 원이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