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리콜을 발표했지만 정작 일부 자동차 브랜드는 리콜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인 에어백’이라고 불리는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자동차 브랜드 17개 가운데 리콜을 발표해놓고 절반 이상 진행한 브랜드는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했는데도 아직까지 리콜이 결정되지 않은 차량은 14만 대가 넘는다.
미국에서 시작한 다카타 에어백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금까지 최소 2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200여 명에 이른다. 에어백을 제조한 일본의 다카타는 파산에 이르는 등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카타 에어백은 에어백을 부풀리는 팽창제로질산암모늄을 사용하는데, 건조제를 넣지 않아 해당 에어백이 장시간 온도가 높고 습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비정상적으로 폭발한다.
특히 에어백이 터지면서 인플레이터 주변의 금속 파편이 튀어 운전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리콜이 시작됐다. 다카타 에어백을 사용한 국내 수입차 브랜드와 국산차 브랜드 역시 리콜을 발표했지만, 실제 리콜을 받은 비율은 극히 낮았다.
오토캐스트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국내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은 17개 수입차 업체에서 판매한 총 29만8234대다. 이 가운데 혼다, 토요타, 재규어랜드로버 등 국내 14개 수입차 업체는 국토부에 리콜 계획서를제출, 총 7만5395대를 리콜 중이다. 리콜 이후 시행률은 약 45%로, 7만 5935대 중 3만4256대가 리콜됐다.
자료가 지난해 9월 기준인 이유에 대해서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취합한 가장 최근의 에어백 리콜 통계가 2017년 9월 30일 기준”이라며 “2017년 말을 기준으로 다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혼다코리아가 리콜을 시행 중인 14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시정률을 보였다. 리콜 대상 차량 3만976대 중 68.9%인 2만1362대의 리콜을 마쳤다. 혼다코리아 이륜부문도 48.9%로 비교적 높은 리콜 이행률을 나타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를 수입하는 FMK의 리콜 이행률은 52.7%로 72대 중 38대의 에어백을 교체했다.
이 외에 한국토요타자동차, FCA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각각 29.8%, 26.8%, 25.7%의 리콜 이행률을 나타내 부실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토요타는 지난해 11월 9일부터 나머지 1231대를 대상으로 리콜에 들어갔다. BMW는 지난해 10월부터 8234대 리콜에 이어 지난 달 나머지 7787대의 리콜을 시작했다.
아직 리콜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브랜드도 여러 곳이다. 지난해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고 리콜을 개시한다고 밝혔지만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리콜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 본격적으로 리콜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리콜 대상 차종 3만4733대 중 아우디 Q5, 폭스바겐 폴로 등 4개 차종 6526대를 오는 20일부터 리콜한다. 아울러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스프린터 46대를 추가로 리콜한다. 스바루코리아는 아웃백 등 3개 차종 1677대를 오는 12일부터 리콜한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최종 개선된 에어백이 확보된 3125 대의 차종을 먼저 리콜 실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대규모 리콜인 만큼 차종별 최종 개선품이 한국 시장에 확보되는대로 추가 리콜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리콜 예정 차종 및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리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브랜드도 있다. 늑장 리콜로 지적을 받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달 2008~2012년형 C클래스, 2010~2012년형 E클래스 등이 포함된 3만2000대를 리콜할 의사를 밝혔다. 당초 국토부가 리콜 대상으로 분류한 1만8724대보다 늘어난 수치다.
벤츠 관계자는 “리콜 시기나 구체적인 방법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다. 올 2분기로 일정을 잡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사항은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리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한국지엠과 지엠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조사 결과에 따라 리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지엠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통해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사 결과 시기는 알 수 없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질 것” 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정계획서와 관련된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며 이와 관련해 국토부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타 에어백 리콜은 일반적으로 개선품을 장착하고 있다. 리콜 대상 차량들의 에어백은 개선된 에어백으로 교환된다. 단 일부 차종에 대해선 개선된 에어백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임시 조치로 현재 장착된 부품과 같은 새제품으로 교체된다. 리콜 대상 에어백은 장기간 습기에 노출될 경우 문제가 발생, 동일한 새 제품에서는 유사 사례가 없어 새제품 교환 후 개선 제품이 개발되면 재교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리콜 대상 차량은 국산차와 수입차 포함 총 826개 차종 197만5672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콜 시정률은 현재 국토부에서 취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2016년 6월 기준) 리콜로 수리받은 차량은 307만7086대로 전체의 80.9%였다. 즉 업계에서 밝히지 않는 리콜 이행률이 80%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카타 에어백에 대한 리콜은 아직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보다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콜 대상 차량은 갈수록 늘어가지만, 리콜 시행에 대한 법적 규제나 제재는 미약한 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및 수입차 업체들은 리콜 공고 의무가 있지만 리콜을 100%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진 않는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제작사들은 제작결함 시정조치를 1년 6개월 이상의 기간에 진행하며 시정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매 분기마다 분기 종료 후 20일 이내 국토부에 보고한다”며 ”국토부는 이를 체크하고 리콜 이행이 미진한 제작사에시정 명령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미국 내에서는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 4600만 여대가 리콜 대상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리콜 대상 차량 4310만대 중 43%인 1850만대만 에어백 교체를 받았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