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지만 큰 돈을 주고 사서 타기엔 불안했다. 부족한 충전소와 짧은 주행거리 때문이다. 볼트 EV는 그런 불안감을 조금 덜어준다. ‘383km’ 볼트 EV의 주행거리 덕분이다. 히터나 에어컨을 끄는 등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연비 운전하는 등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영하 6~7도를 왔다 갔다 하던 한겨울, 볼트 EV를 만났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가 여름이나 겨울철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소모다. 특히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력소모가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알아보기에 마침 적절한 날씨였다. 이번 시승을 통해 주행 중 히터와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등 온열 기능을 마음껏 이용해보기로 했다.
시승차를 받았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262km였다. 먼저 서울역에서 출발해 일산 백석동까지 강변북로와 도심을 오가는 약 28km 거리를 주행했다. 출발하면서 히터와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을 모두 켰다. 중간 중간 히터 바람 세기도 강하게 조절했다. 중간에 충분히 덥힌 열선 스티어링 휠은 껐다. 도착해서 계기판에 나타난 남은 주행 거리는 225km. 단순 계산으로 약 9km 를 갈 수 있는 전력을 더 소모한 셈이다. 히터 등으로 인한 전력 소모는 생각보다 적었다.
브레이크를 계속해서 밟는 환경, 가령 꽉 막힌 고속도로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을 주행할 때 전력 소모량은 더욱 적었다.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채 속도를 줄여나가면 회생 제동 에너지를 배터리에 다시 충전하기 때문이다.
볼트 EV는 60kWh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과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 최고출력 204마력과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한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강력한 초반 토크가 인상적이다. 출발할 때 굼뜬 느낌이 전혀 없다. ‘윙’ 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치고 나가는 느낌이 전동킥보드(?)를 탈 때와 비슷하다. 그러나 빠른 가속만큼 감속도 빠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이 든다.
차체 하부에 평평하게 자리 잡은 배터리 패키지로 볼트 EV의 무게 중심은 아래로 실려 있다. 덕분에 곡선 및 고속 주행 등에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다. 과속 방지턱 등 요철을 넘는 느낌은 매우 딱딱하다. 뒷좌석에 앉으면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충격이 있는 편이다. 조향은 가볍고 정확하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운전대를 돌릴 수 있으며 돌리는 만큼 움직인다.
실내 정숙성은 뛰어나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작은 소리라도 오히려 크게 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꽤 잘 제어된 느낌이다. 다만 에어컨이나 히터의 바람 소리가 의외의 복병이다. 바람 세기를 조금만 세게 조절해도 차량 오디오가 잘 안들린다.
시승을 하는 동안 충전은 이케아 주차장과 한국전력 내 충전기를 이용했다. 휴대전화 어플을 이용해 충전소 위치를 찾아보니 운 좋게도 이동 구간 근처에 충전소가 많아서 충전하긴 수월했다. 그렇다고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에서 주유하듯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긴 충전시간 때문이다. 볼트 EV의 급속충전 80%는 1시간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추위 때문인지 충전 속도는 1시간을 훌쩍 넘었다. 전기차 운전자가 마음 편히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선 미리 충전하는 습관을 들이거나 충전소 위치와 자신의 동선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할 것 같다.
충전을 하는 동안 외관을 살폈다. 100%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의 손에서 태어난 볼트 EV의 외관은 말리부, 크루즈 등에서 볼 수 있는 쉐보레의 얼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와 크로스오버 형태에 맞게 조금씩 변화를 거쳤다. 차체크기는 전장 4165mm, 전폭 1765mm, 전고 1610mm, 축거 2600mm다. 전고가 조금 높은 편이라 껑충한 느낌이지만 날렵하게 모아진 전면부와 사다리꼴 형태의 후면부가 안정감을 더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시트 포지션과 확 트인 전면 유리창 덕분에 시야가 좋지만 두툼한 A필러는 옥에 티다. 삼각창이 마련돼 있지만 완벽하게 보완하진 못한다. 앞으로 튀어나온 센터페시아와 10.2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 직관적인 공조 장치 버튼은 주행 시 매우 편리하다. 다양한 재질, 무늬 등의 플라스틱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개성 있지만 차량 가격이 4000만 원대(보조금 미 적용 시)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가 좋으며 레그룸은 소형 SUV 이상이다.
볼트 EV의 주행 성능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 못지 않았다. 주행거리도 충분했고 운 좋게(?) 충전도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불안 요소를 떨쳐 버리기엔 아직 어려웠다. 주행 내내 남은 주행거리에 계속 눈이 가고 중간 중간 히터를 끄는 등 계속 신경 쓰였다. 이미 국내에는 2만대가 넘는 전기차가 도로를 다니고 있다. 충전과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고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충전소가 더욱 늘어나고 충전 효율이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