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대형세단 K9에 소리없이 3.3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추가했다. 전체 엔진 모델은 3.3터보, 3.8 가솔린, 5.0 가솔린의 세 가지에 이어 총 4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3.3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은 일반에 판매하지 않는다. 법인 전용으로 판매하며 별도의 가격을 책정했다.
10일 기아자동차 관계자에 따르면 K9에 3.3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이 소리 없이 추가됐다. 총 4가지 트림으로 가격은 5490만원~7070만원 까지다. 시작 가격은 3.8 가솔린과 동일하다. 구성 역시 3.8 플래티넘1 모델과 동일한데 엔진만 3.3리터 가솔린 자연흡기로 바꾼 것. 6250만원의 모델은 여기에 VIP 시트만 추가했다. 별도의 사양 변경 없이 뒷좌석의 안락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듀얼 모니터 등을 추가한 모델은 6500만원, 프리미엄 컬렉션과 AWD를 기본 적용한 모델은 7070만원으로 가장 높다.
기아자동차가 소리 없이 3.3 자연흡기 모델을 내놓은 이유는 법인 시장 판매를 위해서다. 국내 법인은 대체로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법인의 자동차 등급을 구분해 놓았다. 예를 들면, 삼성그룹은 부회장 이상은 수입 고급 세단을 이용한다. 사장급에서는 5.0리터 엔진 모델을 부사장급은 4.0리터 이하 모델을 타며 전무, 상무의 직급에서는 이보다 작은 엔진을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이같은 기준이 비추어 보면 K9의 5.0리터 자연흡기 모델은 사장급, 3.8리터 자연흡기 모델은 부사장급이 이용한다.
그런데 3.3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이제 시작된다. 신형 K9은 3.3 가솔린 터보 모델만 출시해 비슷한 옵션의 3.8 자연흡기 모델보다 가격이 비싸다. 3.8 자연흡기 모델은 시작가격이 5490만원인데 3.3 터보 모델은 6650만원부터 시작한다. 오히려 직급이 낮은 임원이 더 비싼 차를 선택할 수 있는 구성이다.
따라서 기아자동차는 상무, 전무급의 임원이 소위 ‘눈치’보지 않고 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3.3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적용한 차종을 추가했다. 다만, 일반인에게 판매하지는 않고 공식 홈페이지에도 이같은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법인차 시장이 약 37만대 규모다. 특히, 대기업의 임원용 법인차 시장은 연간 3만대 정도로 보고 있다”며 “30대 기업 임원만 대상으로 해도 연간 1500~2000대 수준이 되는 만큼 K9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진입해야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가 K9의 3.3 자연흡기 엔진 모델로 진입한 시장은 기아차 입장에서는 빈공간이었다. 기존 K7에 3.3 자연흡기 엔진 모델이 있지만 모든 옵션을 포함해도 4210만원이다. K9의 3.3 자연흡기 모델과는 1280만원의 차이가 있다.
오히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80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보인다. G80의 3.3 자연흡기 엔진 모델은 기본 가격이 4880만원~5860만원이다. 여기에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나 듀얼모니터와 같은 옵션을 추가하려면 기본 가격이 5730만원부터 시작하게 된다.
기아자동차의 신형 K9은 지난 4월에 1222대를 판매해 신차효과를 보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80은 올 1월부터 꾸준히 월평균 3463대를 판매했다.
오토캐스트=이다일 기자 auto@autoca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