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귀도 좋은 소리는 알 수 있어. 뭐가 나쁜 소린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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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여름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리는 날 조금 특별한 체험을 하러 기아자동차 더 K9의 전용 전시관 ‘살롱 드 K9’에 방문했다. 이날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K9에 들어간 오디오 느껴보기. 전시관 1층에 들어서니 더 K9 차량 여러 대와 검은 정장을 입은 안내원들이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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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에 탑재된 오디오 시스템은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HARMAN)’의 ‘렉시콘’이 제공한다. 하만은 JBL 등 크고 작은 오디오 브랜드 16개를 갖고 있다. 그 중 렉시콘은 다소 생소한 오디오 브랜드일 수 있다. 전문 오디오 및 홈 오디오 산업에서만 활동하다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오디오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03년 롤스로이스 팬텀에 최초로 탑재한 이후 현대・기아차의 럭셔리 및 플래그십 모델에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제네시스의 모든 라인업을 비롯해 기아차 스팅어 등에 들어가 있는 오디오 시스템도 모두 렉시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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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벌즈,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 소리가 어울린 Dave Brubeck의 ‘Take Five’가 흘러나왔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저음의 웅장함이 인상적이다. 아주 낮은 소리여도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게 소리를 냈다.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심벌즈 소리 역시 선명하고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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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직접 들어보니 생각 했던 것 이상으로 음질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특히 Clari-Fi 기능을 껐다 켰다 할 수 있어 그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Clari-Fi를 켜면 먹먹하고 단조로웠던 소리가 다채로워진다. 특히 퀀텀로직 서라운드 기술이 인상 깊었다. 각 악기별 위치를 하나 하나 구분해 콘서트 홀에 와 있는 듯한 음향을 제공한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구분하는 일반 스테레오 기술과 달리 음악이 갖고 있는 다양한 소리를 최소 단위로 분석하고 재해석해 음향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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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로직 서라운드는 다이얼로 조작해 일반 모드, 관객 모드, 무대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관객 모드는 내가 관객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 소리가 내 앞쪽에서 들리는 듯하다. 무대 모드는 무대에 함께 있는 기분이다. 악기들의 가상의 위치를 조정, 보컬은 내 앞에 기타는 내 뒤에 있는 식으로 각각의 악기별 주파수를 분석해 이를 재배치한다.
막귀라도 이 같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차에 들어가는 오디오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몇 백, 몇 천 시간 동안 공들인 덕분이다. 자동차 오디오가 세팅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하만 관계자에 따르면 시작 차량(성능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나 양산 설계를 결정하기 위해서 시험·제작하는 차량)을 받아 1차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해 사운드 튜닝을 거친다. 더 K9의 경우 4~5회의 본사 엔지니어의 튜닝 작업을 거쳤다. 튜닝은 한 번 할 때 일주일 정도 걸리며 후반 작업 등을 포함해 더 K9의 오디오 시스템이 완성되기 까지는 총 2년이 걸렸다. 이 같은 튜닝 작업은 차량의 타겟층이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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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렉시콘 브랜드는 오디오 시스템을 K9에 소개하면서 스피커의 그릴 디자인까지 함께 제안 했었다. 렉시콘 브랜드 이미지나 DNA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제안 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