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정상화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신차 ‘이쿼녹스’를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 파주시의 카페 소솜을 돌아오는 왕복 약 100km 구간. 2인 1조로 진행된 시승에서 먼저 운전대를 잡았다. 이쿼녹스를 타고 김포공항 인근의 도심을 빠져나와 자유로를 따라 뻥 뚫린 직선 도로를 달렸다.
이쿼녹스는 르노삼성차의 QM6와 비슷한 크기의 준중형 SUV다. 국내 생산이 아닌 멕시코에서 완제품으로 들여오는 수입차다. 해외에선 토요타 RAV4, 혼다 CR-V 등과 경쟁한다. 지난 7일 부산모터쇼 개막과 함께 출시한 이쿼녹스의 초기 반응은 꽤 좋다. 출시 당시 200대 사전 계약을 기록했으며, 국내에 들여온 1차 물량은 7월 말 쯤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시작은 순조롭다.
#이쿼녹스를 사야하는 이유, 일단 가격은 아니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 이쿼녹스의 경쟁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다. 북미 시장의 판매 가격보다 300만 원 가량 싸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산차들과 경쟁하다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가성비 갑으로 여겨지는 현대・기아차의 싼타페, 쏘렌토, 투싼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최고 4000만대까지 나가는 이쿼녹스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사장은 “가격보다 가치를 봐달라. 옵션 패키지를 다양화하면 가격 조정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결국 소비자들이 보는 것은 지불한 가격 대비 얼마나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는가(누릴 수 있는가)다”라고 답했다. 이쿼녹스가 얼마나 쓸모 있는 차인지를 봐달라는 것. 이날 시승을 통해 그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이쿼녹스를 사야하는 이유, 일상 주행 성능과 안전성
시승하면서 느낀 이 차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일상에서의 주행 성능과 다양한 안전 사양의 기본 적용. 이쿼녹스는 1.6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를 발휘한다. 경쟁 모델 대비 수치상으로 부족하지만 일상에서 편안하게 주행하기에 무리가 없다. 일상 주행에서 기동성이 좋은 편이다. 고속에서는 속도를 붙이는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부드럽고 꾸준하다. 전면 유리창의 면적이 꽤 넓어 전방 시야도 좋다. 진동과 소음은 디젤차인 것을 감안하면 무난한 편이다.
이쿼녹스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옵션표를 정독하며 안전 사양을 골라 넣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기본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 쉐보레는 이쿼녹스 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성을 줄 곧 강조했다. 이전 세대 대비 차체 강성을 22% 이상 강화하고 햅틱 시트(무소음 진동 경고 시스템)를 포함,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등을 전 모델에 기본으로 넣었다.
보통 고급 모델에나 들어가는 햅틱시트를 적용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햅틱시트는 차선 이탈 등 위험한 상황에서 시트에 진동을 울려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장치다. 단 운전자가 충분히 개입하고 있다고 느끼면 반응하지 않는다. 이 밖에 다양한 안전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지만 조금씩 아쉬운 구석은 있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꽤 강하게 작동하는데 말 그대로 이탈을 방지하는 데 그친다. 차량을 차선 가운데로 유지하진 못한다. 차선을 넘으려고 하면 반대쪽으로 튕겨 보낼 뿐이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탑재돼 있으나 앞 차와의 거리를 조절하진 못한다. 이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 아닌 것. 한국지엠 관계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북미에도 없는 사양이라 넣기가 더욱 어렵다.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조만간 빨리 넣을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전용 사양 따로 마련, 실내 소재 및 마무리는 아쉬워
이쿼녹스의 실내 디자인은 쉐보레 차량의 전형이다. 운전대나 대시보드, 기어레버 등 모두 쉐보레 말리부나 크루즈 등에서 볼 수 있는 형태다. 다만 이들 모델에 비해 내장재와 마무리에 있어서 고급감이 조금 떨어진다. 대시보드에 사용된 가죽 소재나 버튼류 등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질감이나 마무리가 다소 저렴하게 느껴진다. 특히 헐겁게 조립돼 있는 비상등 버튼, 센터콘솔 안에 든 날카로운 컴파트먼트 상자 등을 보면 4000만원대 차량이라고 믿기 힘들다.
실내 공간은 매우 넓고 실용적이다. 동급 차량들과 비교해도 2열의 레그룸과 헤드룸은 모두 넉넉한 편이다. 2열 실내 바닥은 평평해 뒷좌석 가운데 탑승객도 편안하게 앉아갈 수 있다. 적재 공간 역시 1,800리터로 넓다. 트렁크 바닥에 커버를 열면 추가 적재 공간이 나온다. 특히 트렁크 턱이 낮아 물건을 싣고 내리기에 편리하다. 여기에 뒷좌석 원터치 폴딩 시스템과 핸즈프리 테일 게이트 등을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아울러 스마트폰 충전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을 비롯해 총 4개의 스마트폰 충전 USB 포트와 220V 인버터를 장착했다.
국내 출시하는 이쿼녹스를 살펴보면 북미형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북미에서는 돈을 내고도 선택할 수 없는 안전 사양을 비롯해 전동 접이식 미러, 하이패스 시스템, 터널 디텍션(터널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헤드램프를 작동시켜주는 기능, 북미와 다르게 지역이 좁고 산악지형 고가 등이 많아서 추가했다고 한다), 전 좌석 시트 벨트 리마인더(탑승자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표시하는 기능) 등 한국 전용 사양을 마련했다.
다른 경쟁 모델 대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지엠 관계자는 QM6와 싼타페를 직접 언급하며 설명했다. “R-EPS를 채택한 이쿼녹스는 QM6보다 핸들링 성능이 뛰어나다. 또 QM6의 사각지대감지는 초음파 센서를 이용하지만 이쿼녹스는 레이더센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 밖에 이쿼녹스에 탑재된 1.6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전 세계적으로 품질이 검증된 엔진이다. 반면 싼타페는 변속기 이슈 등이 있는데 우린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최상위 트림인 1.6 디젤 5인승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AWD 시스템을 추가해(200만 원) 총 4,240만 원이다.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는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LED 헤드램프, 운전석 메모리 시트, BOSE 프리미엄 스피커 등이 포함된 프리미어 기본 사양에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브랜디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