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판매가 부진한 디젤 차종 4개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9일 밝혔다. 일선 영업소에서도 신규계약을 중단한 상태다. 해당 차종은 그랜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다.
현대차는 생산 중단의 이유로 디젤 모델의 판매량 감소를 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디젤차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모델의 판매량은 올들어 크게 줄었다. 그랜저의는 지난해 월간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올들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0.9%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은 오히려 72.2%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디젤 모델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쏘나타는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20.5% 하락했다. 그랜저와 상황이 다른 것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이 오히려 더 큰 폭으로 하락해 -25.8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i30는 전년 대비 31.6% 줄었고 맥스크루즈는 무려 68.4%나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디젤 트림 유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환경 규제도 추가됐다. 지난해 9월 1일부로 유럽에서 시작한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로 인해 배출가스 측정 방법이 바뀌었다.
신차는 2017년 9월 1일부터 적용되고 기존 판매하던 차는 2018년 9월 1일까지 새로 측정을 하거나 판매를 중단해야한다.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반영하는 기준인데 우리나라는 올 가을부터 일본은 2020년 도입을 예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22일 '제작자동차 시험검사 및 절차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을 고시하고 시행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배출가스 측정방법이 WLTP 규정으로 변경된다.
WLTP 규정은 기존의 배출가스 측정 방식에 비해 현실적인 주행환경을 더 반영한다. 측정 시간도 20분에서 30분으로 늘리고 가속, 고속주행, 급가속 등 여러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우리나라도 한-EU FTA에 따라 유럽과 일치하는 규정을 적용하면서 디젤차의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수입차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올들어 수입차 가운데에는 디젤 모델의 신차를 아예 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기아자동차는 대형 SUV 모하비를 새로운 규정에 맞춰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젤 엔진에 대해 소비자의 피로도가 쌓였다"며 "디젤게이트와 최근의 화재 사건까지 디젤 엔진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느끼는 상황에 하이브리드의 약진이 결국 디젤 엔진 모델의 축소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