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는 올 3월 ‘프리우스 C’라는 이름으로 가수 ‘헨리’를 앞세워 등장했다. 도심에서 생활하는 자유분방하고 생동감 넘치는 2030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광고 모델이다. 12가지 외장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만 봐도 타겟층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격도 2490만 원으로 젊은층을 공략하기에 부담없다. 여기에 친환경차 세제 혜택 등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프리우스 C의 구매층은 주로 20-30대라고.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553대가 팔렸다. 출시 당시 제시했던 올해 판매 목표 800대에 거뜬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크기는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와 비슷하다. 전장 4,050mm, 전폭 1,695mm, 전고 1,445mm, 축거 2,550mm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축거는 클리오보다 40mm 짧지만 2열 공간 확보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프리우스나 프리우스 프라임이 날카로운 건담상이었다면, 프리우스 C는 동글동글한 조약돌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둥글기만 하진 않다. 날렵하게 빠져 있는 범퍼 하단부를 포함해 물결 모양의 루프,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 등 공기 흐름을 고려한 디자인 요소가 개성을 더한다.
개성있는 외관에 비해 실내는 평범하다. 아니, 어딘가 아쉽다. 널찍한 디스플레이와 첨단 사양이 가득한 최신 차량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라디오, 공조 조절 장치 등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갖췄지만 후방 카메라, 열선 시트 등 없으면 불편하고 허전한 사양이 모두 빠져 있다. 선택할 수도 없다. 여기에 검은색 플라스틱, 직물 시트 등의 실내 소재 때문인지 더욱 빈약해 보인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일반 택시를 보는 듯하다. 택시가 오로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탈 것, 철저히 ‘이동수단’이 목적인 차인 것처럼 이 차도 그렇다.
효율과 실용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꽤 괜찮은 차다. 공간과 연비가 좋다. 소형 해치백 치고 2열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이 꽤 넉넉하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뒷좌석 바닥에 배치해 확보한 트렁크 공간은 시트를 60:40이나 완전히 접으면 쓰임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열 공간도 제법 넓다. 2열 탑승객의 무릎 공간을 위해 1열 시트 의 뒷 부분을 깎았다. 2열 머리 공간도 움푹 파서 여유 공간을 마련했다. 어른 4명이 앉아도 단거리 탑승 시에는 무리가 없다. 이 외에 운전석 앞 쪽, 기어 레버 앞 부분 등 곳곳에 마련돼 있는 수납 공간도 활용도가 높다. 특히 운전 중 손에 쉽게 닿는 곳에 위치해 편리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연비다. 시승 기간 서울 도심과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등 고속화도로를 돌아가며 주행했다. 주행하는 동안 틈틈이 확인한 연비는 19km/l~24km/l를 꾸준히 유지했고, 최고 연비는 28km/l를 기록했다. 제원상 연비(19.4km/l)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시동을 걸면 여느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조용하다. 프리우스 C 파워트레인의 성능과 효율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검증된 바다.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시스템 합산 출력 101마력, 최대토크 11.3kg.m를 발휘한다. 도심형 소형차라는 콘셉트에 맞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이다. 가속 성능도 평이하다. 애초부터 폭발적인 성능을 기대하는 차가 아니기에 불만은 없다. e-CVT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가속을 돕는다. 가속할 때마다 살짝씩 들려오는 모터음은 하이브리드 차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국내에는 프리우스, 프리우스 프라임, 프리우스 V 등 프리우스의 이름을 붙인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 그렇다고 프리우스 C를 단순히 프리우스의 축소판으로 보기엔 많은 것이 다르다. 둘은 완전히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판매 중인 프리우스는 토요타의 새로운 TNGA 플랫폼과 3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한 반면 프리우스 C는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프리우스 C는 신형 프리우스보다 가볍고 작아 연비가 좋지만 프리우스의 정숙함이나 승차감 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딱딱하다. 노면 정보를 거르지 않고 거의 그대로 전달한다. 또 속도를 80km/h 이상 내기 시작하면 풍절음과 바닥 소음이 꽤 커진다.
프리우스 C는 철저하게 효율과 실용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그래서 도심에서 강하다. 작은 차체 덕분에 좁은 골목길과 주차장을 다닐 때 매우 편리하다. 여기에 뛰어난 연비로 주유소를 자주 들를 일이 없다. 앞서 클리오와 크기를 비교하기도 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국내에 프리우스 C와 딱 떨어지는 경쟁 모델은 없다. 르노 클리오, 푸조 208 등의 소형 해치백이 있지만 친환경 모델은 아니다. 아이오닉, 니로 등이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프리우스 C는 기존에 없던 시장에 나선 것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