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는 국내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수입차 브랜드 중 하나다. 전세계적으로도 인기 차종인 SUV 덕이 크다. 지난 2016년 볼보는 국내에 XC90를 선보이며 성장에 물꼬를 텄다. 이후 XC60, XC40을 차례로 선보이며 판매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판매 목표인 8,500대를 달성하면 XC 시리즈의 판매는 5년 전과 비교해 무려 638%나 성장하는 셈이다.
성장의 주역들을 앞세워 볼보자동차는 지난 25일 XC 시리즈 체험 행사 ‘VOLVO XCELLENT LIFE’를 열었다. ‘시승’ 행사가 아닌 ‘체험’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번 행사가 단순히 차를 타는 것에 끝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 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는 시승 뿐만 아니라 각 모델의 컨셉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체험에 앞서 볼보자동차코리아 이현기 세일즈 트레이닝 매니저는 “(글자를 가리키며) 앞에 XCELLENT LIFE 라는 글자 보이시죠. 이번 행사를 통해 XC 시리즈를 타고 강원도의 자연에서 쉬어 가며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 스웨디시 럭셔리를 느껴 보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볼보는 XC 시리즈의 각 모델마다 ‘스웨디시(Swedish)-’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 뿌리를 강조한다. 이를테면 ‘스웨디시 럭셔리’ XC90, ‘스웨디시 다이내믹’ XC60,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 XC40가 있다.
볼보자동차가 말하는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일까? 흔히 자연, 여유로움, 간결함, 실용성 따위의 단어들로 표현된다.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말로 이해하는 게 제일 쉽겠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스웨덴어 ‘라곰(Lagom)’이 제일 적당하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만큼’을 의미한다.
볼보는 이를 통해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이야기한다. 화려하고 번쩍이는 것보다 조금은 정제되고 차분한, 그럼에도 안전 기술 등 꼭 필요한 것들은 살뜰히 갖췄다. 볼보가 이야기하는 스웨디시 럭셔리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볼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이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즉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디자인, 안전 기술, 성능 등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이날 시승한 XC 시리즈를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XC 시리즈는 볼보의 지능형 안전 시스템인 최신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 등 첨단 안전 및 편의 기술을 모두 기본으로 탑재했다. 또 전 차종은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기관인 ‘유로앤캡’에서 각 차량이 속한 세그먼트 내 모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등 차에 탄 사람을 배려한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XC60’에 올랐다. 지금 예약하면 기본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XC 시리즈 인기 모델이다. 앞서 등장한 XC90과 비슷한 얼굴을 유지하면서도 XC60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담고 있다. 그릴과 맞닿아 있는 T자형 헤드램프나 입체감을 살린 그릴 등이 그렇다. 상품성 역시 XC90와 비슷하거나 더욱 다듬어져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첫 번째 목적지는 강원도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에서 40km 가량 떨어진 병방치 짚와이어 체험장이다. 먼저 볼보 특유의 시동 다이얼을 돌려 시동을 건다. 공회전 시 소음과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T8 엔진 모델이기 때문이다. 주행을 시작해도 소음과 진동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T8 모델은 볼보의 4기통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시스템 총 출력이 무려 405마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XC60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든 영역에서 여유롭게 발휘한다. 디젤이나 가솔린 모델과는 또 다른 주행 감각이다. 강하고 부드러운 가속력이 인상적이고, 초・중반 가속력 모두 고르게 뛰어나다. 실제 속도 대비 가속감도 강렬하다.
20분 가량의 짧았던 드라이빙은 짚와이어 체험으로 이어졌다. 병방산 절벽에서 100km/h를 넘나드는 속도로 약 1km를 내려간다. 그 속도감은 XC60을 타고 오며 느꼈던 다이내믹함 저리가라다. 스릴 넘치게 굽이치는 동강 일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무르익은 단풍은 덤이다.
다음은 XC 시리즈의 첫째, XC90를 운전했다. 출시 당시 혁신적인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2016 유럽 올해의 차, 2016 모터트렌드 올해의 SUV 등 전 세계에서 69개의 상을 석권하며 새로워진 볼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모델이 됐다. 웅장한 차체를 가졌지만 간결하고 자연을 닮은 듯한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의 실내가 반전미를 뽐낸다.
XC60에서 XC90으로 옮겨 타니 넉넉한 공간감에 압도된다. 2열석은 앞뒤 간격을 최대 120mm까지 조절할 수 있다. 3열 공간 역시 평균 신장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하다. 트렁크는 3열 시트를 접으면 1019리터에 이른다. 40:20:40으로 접을 수 있는 2열 시트까지 활용하면 총 1868리터에 이르는 넓은 적재 공간을 쓸 수 있다. 독특한 점은 1열부터 3열까지 시트 높이가 모두 다르다는 것. 덕분에 차량에 탄 모든 사람들의 전방 시야는 탁 트인다.
XC90의 진동과 소음도 XC60만큼 잘 잡혔다. 또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가속하는 감각이 일품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경쾌하고 역동적이기보다는 중후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이다. 큰 몸집에 비하면 하체는 부드러운 편이다. 높은 전고 때문일까. 고속 직선 구간에서나 곡선 구간을 돌 때 약간의 출렁거림이나 롤링(좌우 흔들림)이 느껴진다.
XC90에 내려선 켄싱턴 호텔 평창 글램핑 빌리지에 있는 전나무 숲 아래에서 테라리움을 하러 갔다. 전나무 숲속 자연에서 여유롭게 피카타임을 즐기자는 취지다. 피카(Fika)는 스웨덴어로 ‘커피 브레이크’, ‘티 타임’을 의미한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유리 화분 안에 작은 식물을 심었다.
마지막 시승차는 XC40다. 볼보에는 원래 없던 세그먼트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소형 SUV 시장에 합류하기 위해 내놨다. 소형 SUV라는 세그먼트의 특성을 살려 XC60이나 XC90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소재와 대담한 컬러를 곳곳에 사용했다.
세 달 전쯤 XC40를 처음 만났다. 개성 강한 실내 때문인지 차에 앉자마자 그 때의 생각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XC40은 역시 컨셉이 확실했다. 운전대 옆 카드 수납함, 팔걸이 쪽 휴지통, 동승석의 가방 걸이 등 다양한 장치들을 작은 공간 안에 오밀조밀 심어놨다. 실생활에서 차를 타며 당연한 듯 감수하고 있던 불편 요소들을 깨알같이 해소시켜준다.
매트와 도어 트림 곳곳에 쓰인 쨍한 주황색 펠트는 강렬하다. R-디자인 트림에만 들어가는 디자인 요소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라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단 만져보면 부직포처럼 빳빳하고 거친 느낌이라 사실 4800만원대 가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볼보는 모든 모델에 4기통 2.0리터의 같은 엔진 블럭을 사용한다. 하지만 각 모델마다 주행 감각은 체감할 만큼 다르다. 특히 XC40에서 두드러졌다. 주행 질감의 차이는 XC60과 XC90의 차이보다 XC40과 XC60의 차이가 더욱 크다. 필요한 ‘공간’에만 집중한 탓일까. 190 마력의 2.0 터보 가솔린 엔진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초반과 중후반 가속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XC40은 다른 XC 시리즈에 비해 출발 시 ‘이차’ 하고 호흡을 한 번 가다 듬는다. 출발 이후 실용 영역에서는 경쾌하고 가볍다. 특히 운전대나 가속 페달 등이 모두 가볍고 시야가 XC시리즈 중 제일 뛰어나다. 덕분에 좁은 골목이나 막히는 도심 속에서 운전하기에 편리하다.
다만 고속 영역대로 진입하면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100km/h-110km/h까지는 쭉 뻗고 나가지만 그 뒤부터는 경쾌함을 잃는다. 확실히 상위급의 XC시리즈들과 비교하니 소음이나 주행 성능 면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엔트리 수입차들과 비교 선상에 두고 풍부한 안전 사양과 무난한 주행 성능을 생각하면 적절한 수준이다.
하루에 모든 XC 시리즈를 돌아가면서 시승해보니 각기 다른 개성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이들 모델이 국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2년 전 볼보 XC90을 구입한 배우 조인성씨의 인터뷰 대목을 인용해 설명했다.
“대체로 미니멀하고 심플하게 생활한다.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요즘 차는 볼보를 탄다. 그 브랜드가 주는 느낌은 편하고 실용적이고 그래서 세련됐다. 그게 나다. 나를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더라. 그 차를 선택하는 순간 이게 나라고 생각했다. 많은 걸 선택할 수 있지만 진정 나다운 걸 선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품격있는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국내에도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이것이 XC 시리즈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이것이 볼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에 북유럽 특유의 기능미를 중시한 XC 시리즈의 심플한 디자인이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