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형 SUV 운전자 A씨는 주차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래된 한 건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러 들어 갔다가 도로 나왔다. 주차 공간이 거의 찬 데다가 나머지 공간에는 차 크기가 커서 주차할 수 없다는 관리인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구와 입구가 같고 입구 쪽 통로에는 차가 줄지어 세워져 있는 탓에 나오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사례#2 미니밴 운전자 B씨는 오래된 마트나 백화점에 갈 때마다 좁은 주차 공간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 옆 자리에 주차한 차가 조금만 커도 차에서 내리기 매우 불편하다. 그 때마다 문콕을 피하기 위해 조수석이나 뒷문으로 자리를 옮겨 내리곤 한다.
자동차의 몸집은 점점 커져가는데 비좁은 주차 면적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대형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도로에 다니는 차의 크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주차칸 크기는 30년 가까이 그대로인 곳이 많아 문콕 등 관련 피해도 많이 일어난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대형 SUV나 픽업트럭의 경우 길고 폭이 커서 하차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내 판매 중인 대형 SUV나 미니밴의 길이는 4.9m에서 5.2m 수준이다. 폭은 거의 2m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 주차칸 기준은 2.3m*5m다. 이 때 차량의 양쪽 여유 공간을 고려하면 15cm-20cm 수준에서 차를 타고 내려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운전자가 동승석이나 뒷좌석으로 옮겨가서 내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비단 대형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형차, 중형차 역시 세대를 거듭하면서 크기가 점점 커졌다. 쏘나타를 예로 들면 1994년 형 쏘나타의 차체 크기는 전장 4,700mm, 전폭 1,770mm, 전고 1,405mm였다. 현재는 전장 4,855mm, 전폭 1,865mm, 전고 1,475mm다. 이처럼 차종을 불문하고 차량들은 계속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데 주차칸 크기는 1990년에 만들어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외의 주차칸과 비교하면 일본의 소형차량 기준과 동일한 수준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2.7mx5.5m, 유럽 2.5mx5.4m, 호주 2.4mx5.4m, 중국 2.5mx5.3m, 홍콩 2.5mx5.0m, 일본(소형) 2.3mx5.0m, 일본(보통) 2.5mx6.0m, 싱가포르 2.4mx4.8m, 대만 2.5mx5.5m다.
주차칸 규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올해 3월부터 주차칸 크기가 커진다. 일반 주차장의 크기를 2.3m에서 2.5m로 늘리고 확장형 주차장은 2.5m에서 2.6m로 길이는 5.0m에서 5.1m로 늘어난다. 그러나 주차칸 크기가 넓어지는 폭에 비해 차 크기가 훨씬 커진 탓에 불편이 극적으로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커진 주차칸 크기는 곧바로 체감하긴 어렵다. 기존 주차장은 그대로 두고 새로 만드는 주차장부터 새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규정은 올해 3월 건축허가 신청 기준이다.신축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의 기간을 고려하면 몇 년은 더 걸린다. 또한 기존의 주차장은 이미 법적 요건에 따라 주차 대수 등을 고려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합법적으로 주차칸 크기를 늘릴 수 있는 곳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