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SUV의 원래 모습을 떠올려보자. 스포츠 유틸리티 비히클. 얌전히 도로만 달리는 차가 아니다. 그래서 ‘험로 탈출’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 4륜구동은 필수다. 웅덩이, 진흙길 등에서 4륜구동은 이를 안전하고 빠르게 넘을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얌전해진 SUV들에 들어간 사륜구동이 실제로 위력을 발휘할까. 꼭 필요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싼타페와 QM6 왜 비교했을까?
사륜구동을 장착한 SUV 두 대를 선정해 비교해보기로 했다. 먼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인 현대차 싼타페를 선택했다. 지난해 2월 신형 모델이 출시된 이후 국내에서 연간 10만대 가량 판매하며 인기를 증명한 모델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모델은 쏘렌토다. 그러나 싼타페와 플랫폼, 파워트레인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쌍용차의 G4 렉스턴은 프레임바디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덩치도 좀 더 큰 편이라 제외했다. 비슷한 가격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차. 이제 남은 것은 르노삼성차의 QM6다. 지난해 싼타페 판매량의 1/3 수준인 3만대 이상 팔리며 꽤 선방했다.
싼타페와 QM6 두 모델 모두 비슷한 가격과 옵션을 지닌 트림으로 선택했다. 싼타페는 2.2 디젤 프레스티지, QM6는 2.0 디젤 RE 시그니처 트림이다. 사실 배기량과 가격은 싼타페 2.0 디젤 프레스티지가 비교 대상으로 더욱 적합하지만, 시승차 섭외 사정 상 싼타페 2.2 디젤과 비교했다. 두 차의 크기는 싼타페 (전장 4770mm, 전폭 1890mm, 전고 1680mm, 휠베이스 2765mm), QM6 (전장 4675mm, 전폭 1845mm, 전고 1680mm, 휠베이스 2705mm)로 QM6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작다.
#험로를 찾아 나서다
싼타페와 QM6를 타고 험로를 찾아 나섰다. 이들 차에 적용된 사륜구동이 잘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황량한 모래 자갈길 위에 차 두 대를 나란히 세웠다. 사실 이 곳을 찾아 오는 길도 꽤 험난했다. 커다란 돌이 사방에 깔려 있는 길을 지나 푹푹 빠지는 모래 더미를 빠져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전자식 사륜구동의 접지력과 험로 주파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날 동행한 촬영 스태프들의 차량은 기계식 사륜구동 모델. 아무렇지 않게 그 곳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싼타페와 QM6는 전자식 사륜구동 방식의 차량이다. 평소에는 앞바퀴에 힘을 보내 달리다가 상황에 따라 뒷바퀴로 최대 50%까지 힘을 나눈다. 이 두 차량은 이를 작동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H-TRAC’으로 불리는 싼타페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주행 모드에 따라 스스로 구동력을 제어한다. ‘ALL MODE 4X4-i® 시스템’으로 불리는 QM6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운전대 좌측 하단에 위치한 조절 버튼으로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세 가지(2WD/AUTO/4WD LOCK)가 있다.
특히 이 두 차량에는 사륜 LOCK기능이 함께 들어가 있다. 사륜 LOCK 버튼을 누르면 앞뒤 동력 배분을 50대 50으로 고정한다. 다만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저절로 해제된다. 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40km/h 정도다. 계기판에는 구동력 배분 상황이 나타난다.
제법 큰 돌이 쌓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쪽 바퀴가 접지력을 잃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두 대 모두 같은 환경에서 돌 무덤 위에 올라가 오른쪽 뒷바퀴를 띄었다. 바퀴가 뜬 상황에서 잠시 멈췄다가 지긋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량이 스스로 50대 50 로 구동력을 배분해 무사히 탈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구동 배분을 열심히 하는 듯 하면서도 한 번에 빠져나오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 순간 사륜 LOCK버튼을 눌렀다. 잠시 바퀴가 헛도는가 싶더니 구간을 거뜬히 탈출했다. 별 거 아닌 기능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바퀴가 빠지는 상황, 가벼운 험지에서는 사륜 LOCK 기능이 꽤 유용하다. 반면, 일반적인 사륜구동은 빗길이나 눈길과 같은 아주 잠깐의 미끄러운 길에서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누가 무늬만 SUV인가?
요즘 SUV의 온로드, 오프로드 성능이 모두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리해보자면 무늬만 SUV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날 싼타페와 QM6 모두 큰 차이 없이 거친 노면과 험로를 꽤 잘 빠져나왔다. 굳이 분석해보자면 험로에서는 접지력 향상을 위한 오프로드용 타이어가 가장 유용해 보인다. 여기에 사륜구동이 더해져야 한다. 특히, 하나 혹은 두 개의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라면 LOCK 기능이 필수다. 마지막 한 가지, 시승차에 옵션으로 붙어 있던 사이드스텝은 오프로드에서는 불편했다. 하체 높이 1mm가 아쉬운 상황에서 걸림돌이었다. 실생활에서는 유용하지만 오프로드에 들어가려면 빼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싼타페와 QM6의 실제 견적을 뽑아 옵션과 가격도 함께 비교했다. 시승차 사양을 기준으로 했다. 두 차량의 옵션과 트림은 비슷하다. 싼타페는 2.2D 4WD 프레스티지 트림에 풀옵션(크렐사운드+서라운드뷰모니터, TECH PLUS (7인치 컬러 LCD,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220V인버터), 파노라마 썬루프+LED 실내등, 현대 스마트 센스 2)을 적용했다. 홈페이지 견적 기준으로 4,241만 원이다.
QM6는 2.0D RE 시그니처 트림에 파노라마썬루프, 매직테일게이트, S-LINK 패키지 2(S-Link 8.7" 내비게이션 + 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12 스피커) +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프리미엄 인테리어 패키지 (블랙 나파 가죽시트 + 앞좌석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 + 인조 가죽커버 및 블랙 스티치(대시보드 하단/글러브박스) + 소프트 콘솔 그립 핸들 + 소프트페인팅도어트림 (앞좌석 센터) + 맵포켓 인사이드 카펫), 사이드스텝, QM6 일체형 무선 충전기를 추가해 3,902만 원이다.
싼타페의 2.0 모델과 비교했으면 좀 더 확실한 경쟁모델이 되었겠지만 시승차 섭외 사정상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는 조금 작은 QM6가 가격도 조금 저렴하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부분이라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애매하다. 최신 기능은 싼타페가, 고급스러운 마무리는 QM6가 앞섰다. 실제 선택의 소비자의 몫. 그래도 SUV라면 사륜구동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오토캐스트 = 이다일, 이다정 기자 auto@autoca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