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개성을 뽐내며 등장만으로 시선을 압도한 차가 있다. 시트로엥의 ‘C4 칵투스’다. 올록볼록한 에어범프가 자동차 양 옆에 커다랗게 붙었고, 당시만 해도 조금은 낯설었던 버튼식 기어 변속기에 여행용 가방 같은 실내 도어 손잡이와 대시보드 수납함을 달았다. 강한 개성 탓에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렸다. 그런 C4 칵투스가 대중에 조금 더 다가갔다. 오목조목 살펴보면 여전히 개성 넘치는 자동차지만 이번엔 편안함까지 갖췄다. 실내 시트 뿐만 아니라 변속기, 서스펜션 등 주행과 승차감을 결정짓는 요소들에 신경썼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제주도로 날아가 신형 C4 칵투스를 만났다. 흐린 날씨에 바람 부는, 아직은 겨울이 느껴지는 날씨였다. 이날 시승은 2인 1조로 이뤄졌다. 직접 운전한 구간은 제주시 함덕 호텔을 출발해 서귀포시 어라운드폴리 카페까지 약 30km.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전 모델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주목해 살펴봤다.
#덜어낸 디자인
먼저 이전 모델에서 차량 측면과 램프 주변을 감싸던 문콕 방지용 에어범프를 대폭 줄였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를 덜어낸 것. 도어 하단에 한 줄로 배치해 스크래치 방지 기능은 유지했다. 안개등과 에어범프 인서트는 레드, 화이트 크롬실버 컬러칩 액세서리로 취향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둥글둥글하면서 귀엽고 선한 인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유선형 보디 라인과 둥글게 처리된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볼륨감과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시트로엥의 더블 쉐브론 로고를 LED 주간등까지 확장해 차량에 안정감을 더하고 헤드램프를 주간등 하단에 배치해 브랜드 특유의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리어램프에는 3D 효과를 넣어 후면부 디자인이 보다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인테리어의 경우 기존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는 유지하면서 최신 차량들에 두루 쓰이는 기능을 추가했다. 운전자의 시야를 고려해 가로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 소파형 시트, 여행용 트렁크에서 영감을 얻은 가죽 스트랩 형식의 도어 핸들과 트렁크 스타일을 활용한 대시보드 수납공간은 그대로다. 웬만한 성인 주먹보다 컸던 핸드 브레이크는 얇고 가늘어졌다. 여기에 스티치를 적용해 고급감을 더했다. 소파형 시트는 1인용 안락의자처럼 등받이가 매우 넓고 폭신하다. 특히 이전 모델보다 2mm 두께의 일반 폼 대신 15mm 의 고밀도 폼을 사용해 안락하면서도 부드럽게 몸을 받쳐 준다.
물리적인 버튼은 최소화했다. 버튼식 기어 변속기도 없앴다. 대신 레버식으로 바꿨다. 공조 장치, 차량 설정 등의 정보는 7인치 멀티 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남은 건 시동 버튼과 함께 음량 조절 다이얼, 비상등, 차량 잠금 장치 버튼 등 뿐이다. 덕분에 산만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독특한 실내 디자인 요소의 개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 밖에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미러링크를 지원하는 시트로엥 미러스크린도 탑재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접근이 쉬운 공간
C4 칵투스는 특히 공간에 대한 가치가 꽤 높다. 소형 SUV가 가질 수 있는 공간적인 한계를 이들 만의 방식으로 극복했다. 차량 실내의 수납 공간 형태가 일반적인 차량들과 조금씩 다르다. 수납 용량 보단 이용자의 접근에 대한 얘기다. 곳곳의 수납 공간이 직관적이고 간결하다.
대표적인 예가 대시보드에 위치한 글로브박스다. 기존 글로브 박스에 위치하던 조수석 에어백을 루프로 옮기면서 8.5리터의 넓은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조수석 하단으로 열리는 일반적인 글로브박스와 달리 위로 뚜껑을 열듯 여는 방식이어서 운전석에서도 손이 쉽게 닿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물건이 쏟아질 염려도 없다.
컵홀더나 휴대폰 꽂이 등의 앞좌석 수납 공간은 모두 운전하다가 시선을 크게 빼앗기지 않고도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도어 트림의 수납 공간은 애매하게 굴곡져 있는 다른 차량들과 달리 반듯하고 평평해서 접근성과 활용도가 높다. 트렁크 공간은 여유롭고 깊다. 358 리터의 트렁크는 벤치 폴딩 형식의 2 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170 리터까지 늘어난다.
#부드러운 주행감
C4 칵투스는 일상에서 적절한 힘과 부드러운 주행감을 발휘한다. 1.5 BlueHDi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새롭게 적용된 1.5 BlueHDi 엔진은 기존 1.6 BlueHDi 엔진보다 21 마력 높아져 최고출력 120 마력을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30.61kg·m다. 특히 주행감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신호 대기 구간과 통행량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제주 도심에서 이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존에는 저속에서 변속할 때 울컥거림이 크게 느껴졌는데, 이번에 새로운 6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되면서 그 충격이 대폭 사라졌다.
시승 구간은 주로 왕복 2차선 국도였다. 대부분 도로가 깨끗하게 포장돼 있었지만 마을을 만날 때마다 비포장 구간이나 울룩불룩한 노면을 마주쳤다. 신형 C4 칵투스는 과속 방지턱이나 노면의 요철을 꽤 부드럽게 넘는다. 다만 앞좌석과 뒷좌석의 승차감 차이가 큰 편이다. 요철을 넘을 때 뒷좌석은 툭 떨어지며 충격이 꽤 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주행감은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TM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댐퍼 상하에 두 개의 유압식 쿠션을 추가해 노면의 진동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노면 충격이 발생할 때 유압식 쿠션이 댐퍼의 급격한 수축과 이완을 조절한다. 실제로 구형 칵투스와 신형 칵투스의 서스펜션을 비교하는 범핑 구간에서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구형 칵투스는 다소 산만하게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면, 신형은 좀 더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넘는 느낌이다. 여기에 두툼하고 탄력있는 직물 시트가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을 억제해 편안한 승차감을 더한다.
이 밖에도 신형 C4 칵투스에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운전자 주의 경고 등 12 가지 주행 보조 시스템과 5가지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과 제동력을 조절하는 그립 컨트롤을 더해 안전성과 주행 편의성을 높였다. 차량 가격은 필 트림 2,980만 원(2,944만 원), 샤인 트림 3,290만 원(3,252만 원)이다. (괄호 안은 올해 6 월까지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가격)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