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중국 상하이 오토쇼는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의 각축장이 됐다. 불과 창업 5년 미만의 기업들이 신차를 내놓고 독특한 방식으로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으며 이들은 자동차의 기획, 생산,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 오토쇼의 링크엔코 부스는 마치 홍대의 클럽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컬러의 조명으로 장식했고 트램펄린에서 뛰는 관람객과 그 사이에서 차를 살펴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곳이 과연 모터쇼의 부스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링크엔코는 2016년 설립한 신생 자동차 제조사다. 배경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저가 차 브랜드 ‘지리자동차’가 있지만, 기술적 배경으로는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피를 물려받았다. 지리자동차가 중국 자본의 도움으로 볼보의 지분을 매입했고 그 결과 볼보의 최신 소형차 플랫폼인 CMA를 공유하는 자동차를 링크엔코에서 내놓았다.
첫차는 ’01’, 둘째 차는 ’02’, 현재는 ’03’까지 나온 상태다. 01과 02는 SUV이고 03은 소형 세단이다. 파워트레인은 볼보의 소형 엔진을 바탕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전동화 전략을 담고 있다.
2016년 11월 28일 출시와 함께 불과 137초 만에 6000대의 예약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링크엔코. 올해는 기존 모델 ’03’을 최고출력 528마력까지 늘린 ’03 사이언’을 추가했다.
링크엔코가 대형 모터쇼에 나오면서 신차를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의 방식을 모두 깨버렸다. 해마다 신차를 발표하는 기존 브랜드와 달리 기존의 차를 계절마다 ‘업데이트’한다. 마치 테슬라의 방식과 유사하다. 평생 무상보증을 제공하고 중국 어느 곳에서든 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감한 정책에 찻값은 중국 현지에서 2000만원대~4000만원대로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게다가 볼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C-NCAP 충돌테스트에서는 별 다섯개에 추가로 가산점을 얻어 최고점을 기록했다.
과감한 정책에 찻값은 중국 현지에서 2000만원대~4000만원대로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게다가 볼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C-NCAP 충돌테스트에서는 별 다섯개에 추가로 가산점을 얻어 최고점을 기록했다.
링크앤코 부스는 구성이 독특하다. 트램펄린으로는 자동차에 들어있는 서라운드뷰 기술을 체험하게 한다. 게임을 통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보여준다. 브로슈어를 나눠주며 관람객의 정보를 얻었던 기존 브랜드의 모터쇼 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 링크앤코는 이 같은 전략으로 모터쇼 방문객의 42%에 이르는 정보를 얻는다고 알려졌다.
대표모델 01은 우리나라 자동차 가운데 스포티지, 투싼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 볼보의 XC40과 CMA 플랫폼을 공유하니 크기도 비슷하다. 부스 한편에는 CMA 플랫폼을 설명하는 공간도 있다. 기본 차체에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얹을 수 있고 차체의 크기를 늘려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실내는 볼보와 거의 같은 구성이다. 기어노브의 위치, 센터페시아의 패널, 스티어링휠의 구성 등이 똑같다. 다만 디자인에서 볼보의 XC40이 정제된 모습이라면 링크엔코는 조금 더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다.
상하이모터쇼에서 만난 독특한 중국 브랜드 두 번째는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NIO다. 한자로는 위래(蔚来), 중국어로는 ‘위라이’라고 읽는다. 이름에 ‘파란 하늘이 온다’는 뜻을 담았다. 중국인 창업자 ‘리빈’은 자동차 포털사이트를 만든 인물로 관련 회사 40여개를 만든 경력이 있다. 2014년 베이징의 오염된 하늘을 보며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브랜드 로고 역시 파란 하늘 아래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도로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한다.
NIO는 소위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한 회사다. 텐센트를 포함한 유력 IT 회사가 이곳에 투자했다. 설립 초창기에 미국, 영국 등에 연구소를 설립해 인재를 모았고 불과 3년 만인 2017년 첫차 ES8을 중국에 출시했다.
NIO는 전기차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전기차 ES6를 주력으로 내놨다. 전시장 대부분의 공간에 ES6를 놓았다. 옆에는 차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했다. 차에 타보고 만져보고 소감을 주고받는다. 중국어로 대화하는 통에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전기차, 신차에 대한 궁금증을 주고받는 듯하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몇 가지가 있다. 앞서 소개한 링크엔코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한다. ’ NIO HOUSE’라는 이름이다. 테슬라와 같은 방식이다. 소위 ‘딜러’ 구조의 제3의 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지양한다. 브랜드를 잘 알리고 체험하고 그다음에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중국 약 12개 주요 도시에 대형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소비자와 만난다.
전기차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일단 대표적인 소개 내용이 '주행거리 500km의 전기차’다. 기본적으로 기존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차별화했다. 여기에 3분 만에 배터리를 자동으로 교체하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르노삼성에서도 한때 소개했던 방식이고 일본 브랜드도 시연했던 방법인데 이들은 적극적으로 모터쇼 부스에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테슬라’라는 이름처럼 첨단 기술도 접목했다. 차 내부에는 로봇이 있다. 이름은 ’Nomi’. 실내에 앉아서 ‘노미’라고 부르면 대답한다. 대시보드 위에 있는 동그란 로봇은 말하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디스플레이는 여러가지 이모티콘을 보여주며 정보를 보여주거나 대화에 알맞는 감정을 표현한다.
Nomi와 나누는 대화는 바로 아래 센터페이시아의 스크린에 중국어 문장으로 나온다. 아쉽게도 영어는 지원하지 않았다. 몇 안되는 아는 중국어 ‘밥 먹었니?’라는 ‘니취판러마?’를 말했더니 Nomi가 뭐라고 대답을 한다. 물론 읽을 수는 없었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에 있는 시리가 차에 들어간 느낌이다. 실물로
움직이는 로봇이 있어서 좀 더 공감, 교감할 수 있는 형태다.
이외에도 상하이 오토쇼에는 이름도 모를 자동차 브랜드가 가득했다. 주로 2014년 시작한 중국 정부의 ‘신조차운동(新造车运动)’ 이후 생긴 브랜드다.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전기차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무려 486개의 제조사가 있다. 2년 전보다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에서 2011년부터 전기차 스타트업이 약 18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가운데 150억 달러를 중국의 10개 기업이 유치했다. 이런 상황이니 2년에 한 번 열리는 상하이 오토쇼로는 매번 새로운 브랜드를 만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위기론도 있다. 지난 3월까지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비록 전기차의 판매가 지난해 130만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0만대 선을 돌파하긴 했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 덕분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자동차 번호판을 별도로 구매하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중국 대도시의 정책에서 전기차가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고 약 100만원 조금 넘는 보조금도 차량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축소한다. 이와 함께 신조차운동으로 생겨난 486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경쟁을 벌인다. 투자 유치를 통한 자동차 개발은 시작했지만, 판매와 유지보수로 손익을 맞춘 폭스바겐, 현대, 기아, 뷰익, 포드와 같은 기존의 대형 제조사와 경쟁도 불가피하다. 계절마다 신차가 나오는 초고속 변화의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자가 가려지는 것은 머지않아 보인다.
상하이=오토캐스트 이다일 기자 auto@autoca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