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여 년 전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중고차에 대한 경험과 만족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구입 후 만족하면서 잘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신차와 달리 가격과 상태가 제각각인 중고차의 특성 때문에 여전히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이전등록건수는 377만 건으로 2017년보다 3만 6000건이나 늘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11년 300만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성장 중이다. 이런 성장세에도 시장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을 *‘레몬마켓’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중고차 시장을 빗대 표현하면서 나온 말. 시고 맛없는 레몬만 있는 시장처럼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고차 구매 고객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업체, 믿을 만한 업체를 찾는 일이다. 최근엔 수입차 업체가 직접 나선 인증 중고차 제도 이용이 늘고 있다. 이 외에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중고차 판매 플랫폼은 SK엔카다. 지난 2000년 온라인을 통해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만든 SK엔카는 현재 장한평 중고차 매매단지처럼 중고차 딜러가 모여 있는 곳에서 고객지원센터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서울,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의 유명 중고차 매매단지 23곳에 위치해 있으며 매물 촬영, 거래 지원 등을 지원한다.
지난 주말 SK엔카의 지점이 위치한 곳 중 대규모에 속하는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다.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오토허브다. 차량의 매입, 등록, 정비, 튜닝 및 금융 서비스 등 중고차 구매에 관한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실내에는 8000여대까지 자동차를 전시할 수 있는 지하 4층, 지상 4층짜리 대규모 중고차 매매 단지다.
사실 오토허브 측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쇼핑, 스포츠, 문화생활 외식 등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으로 명시돼 있지만 아직 이곳저곳 비어있는 곳이 꽤 많았다. 중고차 딜러사나 금융 업체 등 자동차 구매와 관련된 업체를 제외하고는 군데군데 입점해 있는 카페와 식당 뿐. 일요일이어서인지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꽤 눈에 띄었지만 가족들끼리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는 아직 부족해 보였다.
이날 오토허브가 강조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중고차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정밀 성능 점검 시스템 구축과 자체 입출고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철저한 실매물 관리다. 이를 체험하기 위해 자차 ‘코나’와 동행했다. 작년 2월 신차로 구입한 현(現) 중고차다. 구매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주행거리는 벌써 4만km다. 엔진 오일을 교환하러 정비소에 갈 때마다 영업 사원이냐고 질문을 받을 만큼 주행거리가 엄청나다. 가만히 주차돼 있다가 여러 번 얻어맞은 탓에 범퍼도 두 세 번은 갈았다. 여러모로 상태가 걱정되는 차다.
코나를 이끌고 중고차 상품화를 위한 점검을 시작했다. 견적을 받으려면 정식으로 매물 등록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은 간소화했다. 이제 막 정을 붙인 차를 차마 매물로 내놓을 순 없었다.
중고차 상품화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인 성능 점검을 위해 장소를 옮겼다. 오토허브 측이 자부심을 갖고 내세우는 시설이다. 9개의 워크베이가 마련돼 있어 하루 평균 330대까지 점검이 가능하다. 이 곳에는 7년 이상의 경력과 오토허브 자체 교육 과정을 거친 5명의 전문 테크니션이 상주한다. 이들은 자동차의 내외관, 동력계, 사고 유무 등을 점검한다. 이 곳은 오토허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중고차 딜러는 개입할 수 없다. 덕분에 좀 더 투명한 점검이 가능하다.
테크니션은 코나를 리프트로 들어 올린 뒤 한 손에 조명을 들고 매서운 눈으로 하부를 살폈다. 매물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언젠가 매물이 될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게 차주의 마음이다. 은근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좀 더 아껴 탈 걸’이란 마음도 잠시 스친다. 결과는 ‘양호’다. 엔진과 변속기 모두 이상 없다. 여러 번 교체했던 범퍼는 소모품으로 인정돼 다행히 사고차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다. 뼈대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성능점검을 마치고 지하에 위치한 SK엔카 광고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곳에서는 SK엔카 소속의 진단평가사에게 좀 더 정밀한 진단 과정을 배웠다. 사고 수리 흔적을 찾고, 차량에 적용된 옵션 및 주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간단한 사고 차량 판별법 등을 익힌 뒤 진단 평가 시트를 받아들었다. 직접 차량 진단을 내려볼 시간이다. 공정성(?)을 위해 내 차 코나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날 실습을 위해 마련된 자동차는 겉으로는 매우 멀쩡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연식은 조금 됐지만 관리가 매우 잘 된 차 같았다. 결과는 달랐다. 뜯어보니 속은 만신창이였다. 먼저 보닛 부분의 볼트를 풀었다가 조인 자국이 남아 있다. 이는 보닛이나 펜더 등을 교환했을 경우 나타나는 흔적이다. 철판 접합 부위의 새로 붙인 고무 실링 역시 사고 수리의 흔적이다. 원래의 것이 아닌 고무 실링은 만졌을 때 느낌이 다르다. 손 끝으로 눌렀을 때 톡톡 터지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 외에도 용접 부위의 자국을 통해 수리 흔적을 알 수 있다.
이날은 간단한 점검 작업이었지만 실제로는 더 정밀하게 이뤄진다. SK엔카는 이 같은 서비스를 SK엔카진단차량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자체 전문 진단평가사가 거래 차량을 직접 살펴 보고 사고 유무, 프레임 이상 유무, 외부 패널의 교환 여부, 옵션 및 등급 등을 평가한다. 진단 결과 오류 시에는 3개월/5000km 이내에서 진단비의 최대 20배를 보상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고차 거래 현장에서는 허위매물, 바가지 상술 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줄을 잇는다. 이날 광고지원센터에서 만난 박홍규 SK엔카닷컴 사업총괄본부장은 “2007년과 2008년에 허위 매물 피해가 가장 심했다. 이 같은 피해를 걸러내기 위해 다양한 단속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허위 매물 단속 전담팀을 꾸려 실제로 계약금을 넣고 계약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계약금을 넣으면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존재하는 차를 가지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다. 잔금을 마저 보내고 직접 찾아가면 말이 달라진다. 전 차주가 자살했다. 차가 한 달에 한 번쯤 가끔 선다 등의 말로 둘러댄다. 별의 별 일을 다 겪는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 샘플링해서 직접 소송을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자세한 얘기를 하면 또 이를 악용한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 시간에도 사람과 시스템이 허위 매물을 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차가 있다.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있다. 좀 더 깨끗한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결국은 신뢰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편하게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엔카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다. SK엔카는 2007년부터 허위매물 단속 프로그램 ‘클린엔카’를 도입, 허위매물 신고제, 삼진아웃제, 워터마크제 같은 서비스로 중고차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K엔카 외에도 KBB 차차차, 첫차 등 유명 중고차 플랫폼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들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토부와 지자체 역시 중고차 시장을 위한 관련 서비스를 도입했다. 허위 매물 등 중고차 구입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력을 조회해 확인하고 중고차 매매 상사나 종사자 등록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에는 중고차 시가표 준액 조회 등의 서비스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중고차 거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업계 주요 기업과 정부, 지자체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전히 소비자의 불신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나의 코나도 어디서든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을 날을 기다려 본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