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Hyper)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 이하 리막)’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14일 밝혔다.13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 현대차 6400만 유로(854억 원), 기아차 1600만 유로(213억 원) 등 총 8000만 유로(1,067억 원)를 리막에 투자한다.
이번 협업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2020년 고성능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 모델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역량을 확보하고, 전세계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업체로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과 당사의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와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당사와 다양한 업무 영역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리막의 활력 넘치는 기업 문화가 우리와 접목되면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막의 마테 리막(Mate Rimac) CEO는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속하고 과감한 추진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번 협력으로 3사는 물론 고객에 대한 가치 극대화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리막은 2009년 당시 21세 청년이었던 마테 리막이 설립한 회사로 현재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 및 EV 스포츠카 분야의 강자다. 지난 2016년 리막이 개발한 ‘C_One’은 드래그 레이싱에서 쟁쟁한 고성능 전기차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C_Two’ 역시 1888마력(ps)의 출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단 1.85초 만에 주파하는 성능의 차량을 선보였다.
리막은 여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고성능 전기차용 부품 및 제어기술을 공동 개발한 풍부한 경험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모델의 소량 양산 및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현대·기아차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 역시 올 초 CES에서 “누군가 수소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차를 만든다면 현대차가 처음일 것”이라고 밝히며 고성능 수소전기차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고성능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고전압, 고전류, 고출력 등 고부하 상황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하게 차량 성능 및 차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 최적화된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기술과 함께 리막의 고출력 모터 감속기 인버터 등 고성능 전기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고성능 전동차에 대한 양산 검토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모델이 양산에 이를 경우 세계 최초의 고성능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한편 순수 전기차 시장은 전세계에서 2014년 13.4만 여대에서 2018년 94.2만 여대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같은 기간 고성능 전기차는 4.5만 여대에서 25.4만 여대로 연평균 57% 성장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