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차종 분류 기준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른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관리법상 엔진 배기량 및 차량 크기에 따라 경차,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로 구분 짓는다.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돼 있진 않지만 차체는 중형 수준인데 배기량이 소형일 경우 ‘준중형’, 차체는 대형 수준인데 배기량이 중형일 경우 ‘준대형’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분류 기준이 좀 더 단순하다. 용도나 크기 등 단일 기준으로 분류한다. 용도에 따라서는 미니밴, SUV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며,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들은 알파벳을 활용한 세그먼트 분류법을 쓴다. 자동차 크기에 따라 A부터 F까지 알파벳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알파벳을 활용한 세그먼트식 분류법을 소개한다.
A에서 F로 갈수록 차체 크기는 커진다. 일부 제조사들은 세그먼트 분류법을 모델명에 적용, 모델명만 듣고 차급을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 예가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는 차급에 따라 A클래스, B클래스, C클래스 등으로 모델명을 정하고 있으며, BMW도 비슷한 방식이다. 차 크기에 따라 1시리즈, 3시리즈, 5시리즈 등으로 나눴다.
먼저 A세그먼트는 전장 3,500mm 이하인 경차급 자동차다. 세그먼트 중 가장 작고 아담한 자동차가 속한 군이다. 미국에서는 microcar 등으로 분류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경차 기준(전장 3.6m, 전폭 1.6m, 전고 2.0m 이하, 배기량 1000cc 미만)과는 소폭 다르지만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국내 경형 자동차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해외에서는 시트로엥 C1, 피아트 500 등이 있다.
B세그먼트는 전장 3,850mm 이하의 자동차로 국내에서는 소형차로 부르는 차급이다. 소형이지만 A세그먼트와 비교해 활용도가 조금 더 높다. 기아 리오(프라이드), 푸조 208, 폭스바겐 폴로 등이 속한다. 수치상으로는 B세그먼트 기준을 조금 넘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차 코나,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등을 이 세그먼트로 분류한다. 전세계적으로 B세그먼트 SUV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제조사들이 해당 차급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B세그먼트의 인기가 두드러지기 전 자동차 시장에서 오랜 시간 세그먼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급은 C세그먼트다. 전장 4,300mm 이하인 자동차다. 해외 시장에서는 해치백이 주를 이룬다. 대표 차종으로는 폭스바겐 골프, BMW1 시리즈, 아우디 A3, 벤츠 A클래스, 혼다 시빅, 토요타 코롤라, 기아 씨드 등이 있다. 국내 시장에는 현대차 아반떼 등이 있다.
D세그먼트는 4,700mm 이하인 중형차로 제조사들의 대표 모델이 주를 이룬다. 현대 쏘나타, 기아 K5, 쉐보레 말리부,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가 이 세그먼트에 포함된다. 이보다 조금 더 크고 고급차 군에 속하는 E세그먼트는 전장 4,700mm 이하인 준대형차다. 현대 그랜저, 기아 K7,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을 포함한다. 럭셔리카로도 불리며 전장 5,000mm 초과하는 F세그먼트에는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 등이 있다.
그러나 차급 분류는 주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규정이 없고, 같은 모델이라도 나라마다 서로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있어 자동차를 명확히 분류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같은 모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가 커져 차급 분류가 꼬인 경우도 허다하다. 예로 아반떼나 쏘나타는 60mm에서 길게는 190mm 가량 길이가 늘어나 국내에서도 차급의 크기 기준이 올라가고 있다.
이 외에도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차급 분류는 더욱 모호해졌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비교적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진 탓이다. 재규어의 전기 SUV I-페이스는 D세그먼트에 포함되지만 휠베이스(차량의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간의 거리)는 2900mm다. 웬만한 E세그먼트보다 휠베이스가 길다. 이처럼 차급은 안전상의 문제나 세금과 관련해서 법적 구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통용되는 용어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