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정영철 기자] 서울 중구 다동. 한 평양냉면 식당 앞에는 빨간 ‘미쉐린 빕 구르망’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다. 2016년부터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출간되고 있다. 아시아 도시로는 네 번째다. 애초 타이어 회사의 마케팅이다. 차를 조금 더 많이 타고 돌아다니도록 기획한 아이디어로 맛집을 돌아다니며 타이어를 소모하라는 뜻이었다.
2019년 추석. 쉐보레는 ‘휴게소 맛집 메뉴 BEST7’을 만들어 배포했다. 귀성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맛집을 알려주기 위한 마케팅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 배를 든든히 채우라는 배려이자 마케팅이다.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한다. 미쉐린 타이어가 120년 전 시작한 콘텐츠와 일맥상통하지만 지금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미쉐린 가이드는 맛집 소개의 대표 콘텐츠다. 1900년 시작해 올해로 119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에도 2016년 서울편이 발간되면서 어느 음식점이 이름을 올리나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누군가 몰래 조용히 음식을 먹고 돌아갔는데 바로 미쉐린 평가원이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매년 새롭게 발간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다음 달 공개를 앞두고 있다.
쉐린 가이드를 제작하는 타이어 회사 미쉐린의 한국 관계자는 2020년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리스트가 얼마나 늘었는지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그는 “본사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사항이라 정확한 정보는 우리도 아직 알지 못한다.”라며 “몇 주만 기다리면 모두 아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00년 초반 자동차 역사와 함께 탄생한 타이어는 마케팅이 필요했다. 마차의 바퀴, 수레의 바퀴에 이어 자동차의 바퀴를 만든 것뿐인데 자동차가 “마부의 직업을 빼앗는 괴물”로 여기던 시절이라 타이어의 매출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주행거리가 짧은 자동차를 조금 더 달리도록 하는 것이 매출로 직결되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미쉐린 가이드이다.
이렇게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자동차 사용량을 증가시켜 부품 교환과 같은 부수적인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 타이어 회사들은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의 마케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멀지 않은 시점에 한국 타이어 회사에서 나오는 한국만의 맛집 가이드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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