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가볍게, 마음도 가볍게. 이번 도쿄모터쇼에 방문하며 결심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겠다. 그렇게 배낭 하나에 짐을 꾸렸고 노트북, 카메라,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서 비행기를 탔다.
#도쿄모터쇼 D-1
지난 밤 에티오피아 항공이라는 뜻밖의 비행기를 타고 늦게 도쿄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에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의 손님을 환영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누군가도 6명이나 되는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우리나라의 이낙연 총리도 일본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 시국에. 주목된다.
일왕 즉위식이 열린 22일. 일본 도심은 조용했다. 임시공휴일이라 비행기 가격은 높게 올라갔고 도심의 호텔도 비싸다. 정오가 되자 즉위식을 TV에서 보여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 거리에서는 뜻밖에 ‘왕권국가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마주쳤다. 경찰이 삼엄하게 둘러싼 가운데 행진이 이어졌다.
미리 다녀온 도쿄모터쇼장, 오다이바 빅사이트는 한산했다. 비도 내려서 을씨년스럽다. 이미 도쿄모터쇼는 10년 가까이 참석했기 때문에 익숙했는데 올해는 유난히 조용하다. 저녁에 뉴스를 보고 안 사실인데 이 시간에 토요타에서는 일본의 기자들과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오다이바 ‘메가웹’에서 ‘퓨처 엑스포(Future Expo)’ 전시장을 미리 둘러보는 행사를 열었다. 일본의 그 누구도. 한국의 일본자동차 브랜드 관계자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행사였고 초대받지 못했고 그다지 아쉽지는 않다고 위안했다.
#도쿄모터쇼 D-0
모터쇼 당일. 보통 모터쇼 프레스데이 첫 날은 새벽 6시쯤 숙소를 나선다. 8시 전후로 프레스컨퍼런스가 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내용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표가 여유롭다. 몇 개의 일본 브랜드 자동차 회사를 제외하면 특별한 행사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은 드물다. 일본은 자동차의 갈라파고스 같은 곳이며 특유의 우핸들, 가솔린, 경차, 박스카와 같은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차는 대부분 미국에서 판매하고 인기 있는 차종이다. 즉, 브랜드는 일본이지만 취향은 미국 스타일이다.
모터쇼장의 구성이 예전과 다르다. 입장권을 발급하는 공간도 위치가 바뀌었고 프레스센터도 지하 1층에서 6층으로 옮겼다. 행사장의 규모도 줄었고 차로 3분 거리의 토요타 ‘메가웹’이라는 전시장을 모터쇼의 ‘아오미 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독특하다. 도쿄모터쇼 준비로 빅사이트의 공간 일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토요타자동차가 2020년 올림픽 준비위원회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다. 그래서인지 퓨처 엑스포를 준비한 일본자동차공업회 모터쇼 특별위원회 위원장 역시 토요타자동차의 사람이다.
모터쇼의 구성은 빅사이트의 서, 남 전시장과 차로 3분 거리의 아오미 전시장 그리고 토요타의 메가웹 공간을 활용한 ‘퓨처 엑스포’로 구성했다.
#그래도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차
국내에서는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한, 일 관계는 예전 같지 않지만 모터쇼에서는 자동차와 기술에 대해 봐야 한다. 단적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기술과 경쟁을 벌이는 브랜드는 토요타가 유일하다. 특히,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수소차와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세계에 홍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서도 토요타자동차와 닛산, 혼다 등 주요 브랜드는 신차를 발표한다. 토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의 컨셉트 모델을 새로 발표한다. 토요타의 TNGA 플랫폼을 적용해 양산 승용차의 모습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또, 2020 올림픽에서 근거리 셔틀로 활용할 자율주행 자동차 e-팔레트도 등장한다. 네모난 상자 형태의 자동차로 전기차+자율주행을 합친 모델이다. 렉서스도 EV 컨셉트를 발표하고 닛산은 IMk라는 경차 크기의 시티 커뮤터를 출시한다. 혼다는 지난 도쿄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하고 이후 유럽 모터쇼에서 컨셉트에서 양산으로 이어지는 모델을 공개했던 전기차 ‘e’를 공개한다. 2020년 양산을 앞둔 상태라 완성판에 가까운 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마쯔다, 스즈키, 스바루, 미츠비시 등이 신차를 출시하지만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모델들이다.
유럽 브랜드 가운데는 메르세데스-벤츠가 1회 충전으로 7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비전 EQS 컨셉트를 출품하고 르노는 국내에 클리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소형차 루테시아의 신모델을 선보인다. 일본에서는 과거 혼다의 클리오라는 차가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었다.
도쿄모텨쇼는 46회를 맞았다. 전 세계 7개국 186개 기업이 참가했다고 조직위원회가 밝혔지만 실감하는 규모는 크게 줄었다. 과거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히던 규모에서 이제는 일본의 잔치가 된 느낌이다. 도쿄모터쇼는 올해 입장객 100만 명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자동차공업협회 도요타 아키오 회장(토요타자동차 사장)을 중심으로 부흥에 나섰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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