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 = 이다일 기자] 포드코리아가 6세대 익스플로러를 지난 11월 출시했다. 앞바퀴 굴림 기반이던 파워트레인을 뒷바퀴 굴림 기반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디자인부터 차체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곳 하나 바뀌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괴리감이 없다. 이미 익숙한 SUV의 전형과도 같은 C필러와 D필러의 디자인을 포함해 그간 익스플로러라고 인식하게 했던 요소들이 그대로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필수 요소는 그대로 담으면서 그것들을 이어주는 나머지를 완전히 새롭게 바꾼 모습이다. 서울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약 9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12월 3일. 시승날은 눈이 내렸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비가 왔지만 강원도 원주에는 눈으로 바뀌었다. 6세대 익스플로러를 타고 원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구간에 운전대를 잡았다.
첫 느낌은 묵직하다. 2.3리터 가솔린 에코부스트 엔진에서 나오는 출력은 모자라지 않다. 5500rpm에서 304마력이 나오는데 토크도 가솔린 엔진인 것을 감안하면 42.0kg.m로 괜찮은 편이다. 이 출력을 10단 자동변속기가 촘촘하게 쪼개서 사용한다. 공차중량 2.5톤에 이르는 차를 끌고 나가는데 부지런히 움직인다.
가속페달을 밟고 나가면 변속기는 쉴 틈 없이 일한다. 운전자의 발이나 손으로 전달되는 변속 느낌은 없다. 패들시프트를 눌러 애써 확인하기 전까지는 지금 변속기가 몇 단에 들어있는지 모를 정도다. 특별한 짐을 싣지는 않았지만 성인 남성 두 명을 태운 익스플로러는 원주 오크밸리의 언덕길을 가볍게 넘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시속 100km/h로 정속 주행했다. 계기반을 기준으로 100km/h일 때 엔진 회전수는 약 1600rpm을 가리킨다. 10단 변속기임을 감안하면 조금 높다. 고속 주행 보다는 낮은 속도에서도 충분히 힘을 받게 나눠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복합기준 공인연비는 8.9km/l로 그다지 높지는 않다. 참고로 고속도로 주행에서 원주-서울간 연비는 11km/l를 기록했다.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보조를 맞추며 달린 결과라 실제 고속도로 주행 상황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익스플로러의 연비를 고민한다면 내년에 나오는 PHEV 모델도 괜찮아보인다. 이미 링컨 에비에이터 등에 PHEV를 탑재하면서 가솔린과 모터의 조합을 SUV에 적용한 브랜드인 만큼 베스트셀러 익스플로러에서도 괜찮은 조합이 예상된다.
익스플로러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이지만 길이가 5050mm에 이르는 대형 SUV다. 실내는 7개의 좌석이 있으며 3열을 접고 평소에 타다가 2열까지 접으면 총 2486리터의 적재 공간이 생긴다. 양문형 냉장고는 물론 어지간한 짐을 쑥쑥 집어삼킨다. SUV의 미덕이 많이 타고 많이 싣는 것이라면 익스플로러는 합격이다. 한 가지 고민되는 것은 경쟁자의 등장이다. 길이 5미터에 이르는 SUV가 최근 국내에 연달아 출시됐기 때문이다. 크기로만 봐도 쉐보레의 트래버스, 현대의 펠리세이드가 떠오른다.
익스플로러는 경쟁을 공격으로 물리쳤다. 크기로 경쟁하는 모델과 차별화를 꾀했다. 코파일럿 360이라고 부르는 주행 보조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차선의 중앙을 유지한다. 또, 사각지대에서 차가 달려오는 것을 감지해 경고하고 긴급 상황에서 충돌을 회피하는 동작을 자동차 스스로 한다. 결정적일 때 한 번 사용하면 본전을 뽑는다는 그 옵션들이다. 다만,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할 경우에만 활성화된다.
실제 도로에서 사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다. 아주 최신의 차선까지 변경하는 크루즈 컨트롤은 아니지만 중간에 끼어드는 차도 부드럽게 인식해 대응했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많은 차들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장착했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끼어드는 차에 대한 대응, 앞차와 거리가 갑자기 늘어났을 때 (중간 차가 차선을 변경해 사라졌을 때)와 같은 상황 대응이 자연스러운가가 관건이다. 익스플로러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중상위권 이상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서도 이질감이 크게 없었다.
편도 90km의 짧은 시승구간 때문에 다양한 조건을 시험하지는 못했지만 7개의 주행 모드 가운데 일반과 스포츠를 비교했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엔진 회전수가 올라간다. 동시에 변속기도 킥다운을 시작했다. 약 3000~4000rpm 사이에서 움직이는 엔진회전수를 보니 최대 토크가 나오는 3500rpm 언저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세팅했다. 최고 출력이 나오는 5500rpm에 이르면 변속을 시도한다. 아주 과감하게 엔진 출력을 짜내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토크가 커다란 덩치를 가뿐하게 들고간다.
이외에도 이 차는 미끄러운길, 깊은 눈이나 모래길을 포함해 견인 상태를 감안한 주행모드를 갖고 있다. 모두 변속기 아래에 다이얼을 돌려 설정할 수 있다. 동시에 전면 계기반에서는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현재 모드를 알려준다.
의외로 이 차에 B&O(뱅엔올룹슨) 오디오가 들어있다. 포드가 소니를 채택하다가 바꾼 결과다. 고음을 선명하게 강조하는 오디오가 미국차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만든다.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들은 결과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들어본 결과기 때문에 무엇이라 평가를 내리기는 애매하다. 다만, 시각적으로 작은 B&O 오디오의 로고처럼 조용히 추가한 기능이라 반갑다.
포드 익스플로러에는 기존의 다른 브랜드 자동차에서 보지 못한 몇 가지 사양들이 들어있다. 이번 6세대로 바꾸면서 엔진룸과 탑승공간 사이에 이중격벽을 사용했다거나 앞 유리와 1열 창문에 어쿠스틱 글래스를 적용한 것은 실내 정숙성 개선은 물론 오디오 성능 향상에도 영향을 끼쳤다. 또, 운전석 문짝 외부에 붙어있는 키패드를 통해 차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은 포드와 링컨만 사용하는 독특한 옵션이다. 최대 5개의 번호를 저장해 마치 디지털 키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차 안에 키를 두고 디지털로 잠그고 열면 된다.
뒷좌석은 경쟁 모델에 없는 전동식 시트 폴딩이 특징이다. 거대한 차체에 멀리 있는 시트를 힘으로 들어 올리고 내리는 것이 불편하니 이를 개선한 것. 익스플로러가 6세대까지 이어지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기능이 매우 편리하다는 사용자가 많았기에 유지되는 옵션이다.
시트는 두툼하고 넓다. 1열은 은근히 높게 올라온 편이라 시야가 좋다. 보닛을 내려다보며 운전하는 느낌이다. A필러도 사다리꼴로 깎았고 사이드미러 역시 공간을 만들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2열은 넓다. 1열 시트 등받이를 얇게 구성하는 것이 유럽 브랜드의 특징이라면 포드는 넉넉한 구성에 차를 더 넉넉하게 만들었다. 미국차의 발상이다. 3열은 그리 넓지 않다. 어지간한 3열이 있는 대형 SUV의 시트와 비슷하다.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조금 좁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멀지 않은 구간 가자면 불편하지는 않다. 본격적으로 7명이 탑승하자면 어린이나 체구가 작은 사람이 타는 것이 좋다. 3열에 타고 내리기는 평범하다. 2열 시트 엉덩이 부분이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일부 차종에는 엉덩이 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차도 있는데 그것 보다는 들고나는 공간이 좁다.
시속 100~110km/h의 우리나라 고속도로 최고속도에서는 소음이나 진동, 가속력 등 대부분의 요소가 충분하고 여유 있었다. 이보다 더 달리자면 어떨지는 테스트하지 못했다. 다만, 미국차의 선입견 같은 출렁임은 전혀 없었다. 단단하지만 2.5톤의 중량에서 오는 묵직함이 느껴진다. 가속과 크루징에서는 장점이지만 내리막길 감속에서는 브레이크가 부담을 느낀다. 브레이크는 잘 들지만 차게 무거운 것이 느껴져 타이어 한계가 멀지 않았음이 예상된다. 7명이나 타는 큰 SUV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6세대 익스플로러의 가격은 5990만원이다. 11월 5일 출시 후 고객 인도를 시작했고 내년 초에는 PHEV 모델을 추가한다. 국내에 들여오는 트림보다 고급 옵션과 고사양 엔진을 얹은 트림의 추가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경쟁 모델과의 차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익스플로러는 아주 최근 출시한 글로벌 신차입니다. 경쟁 모델이 이미 미국 시장에 출시한지 1년 내지는 3년까지 된 것임을 감안하고 안전옵션을 포함한 사양과 가격을 비교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