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중에서도 페라리의 V8 심장을 얹은 ‘르반떼 GTS’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르반떼 GTS는 SUV라기보다 덩치 큰 스포츠카에 가깝다. 강력한 엔진 힘 덕분이다. 르반떼 GTS에 얹은 엔진은 페라리의 3.8리터 V8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 2016년 마세라티가 르반떼 기획과 출시 단계에 이르기까지 페라리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손봤다. 태생이 페라리인 이 엔진은 생산도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이뤄진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다르다. 계기판을 빠르게 훑는 바늘은 물론 손 끝에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배기음까지. 이 차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요소다. 수치상으로도 이 차는 단순한 SUV가 아니다. 최고출력 550마력(6000rpm), 최대토크 74.74kg.m(3000rpm)의 힘을 지닌 이 차는 언제든 몰아붙일 준비가 돼 있다.
마력당 무게비는 3.9kg/hp로 2톤이 넘는 SUV라고 믿기지 않는다. 1마력당 3.9kg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고성능 스포츠카 수준이다. 이 무게가 가벼울수록 차를 모는 재미와 효율은 더욱 커진다. 최고 속도는 292km/h로 국내 도로는 물론 서킷 직선로에서도 웬만해선 가늠하기 힘든 수치다.

스포츠카라고 느낀 데는 배기음도 한 몫 한다. 시동을 걸고 주행을 시작해 시동을 끄는 순간까지 배기음은 온 몸을 ‘둥둥’ 울린다.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것이 배기음 장인이라 할 만하다. 주행모드를 굳이 ‘스포츠’로 바꾸지 않아도 충분하다. 마세라티는 배기음을 ‘작곡’한다는 표현할 만큼 공을 들인다.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와 악보를 그려가면서 배기음을 조율할 정도다.



그럼에도 외관은 전형적인 SUV에 가깝다. 넉넉한 공간과 커다란 몸집은 누가봐도 SUV다. 한 차선을 가득 채우는 이 차는 폭이 약 2m에 달하고 길이는 5m가 넘는다. 차체 곳곳에 붙은 볼륨 덕분에 체감상 크기는 훨씬 듬직하다. 스포츠카의 성격은 측면 디자인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기다란 보닛에 짧은 뒤꽁무니, 뒤로 갈수록 가파르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이 차의 역동성을 더한다.
르반떼 기본 모델보다 힘 센 모델답게 공격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 모델과 디자인이 거의 같지만 스포츠 범퍼를 적용하고 크롬프레임을 두른 낮은 높이의 그릴을 적용했다. 낮은 그릴 아래에는 3개로 떨어진 에어인테이크 디자인과 블랙피아노 색상의 인서트를 더했다.







저속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이다. 차체가 높은 SUV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량 전후 무게를 50:50으로 배분, 동급 차량 대비 가장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한 결과다. 이 밖에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에 통합 차체 컨트롤을 도입한 덕분에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하면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각 바퀴에 필요한 제동력을 나눈다.


르반떼 GTS의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장거리 운전을 위한 편안한 SUV보다는 운전의 재미를 위한 스포츠 SUV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운전자는 물론 탑승객에 연신 전달되는 배기음은 물론이고, 가속 능력 등이 그렇다. 성격이 확실했다.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이 있다. 페라리가 오는 2021년이나 2022년쯤 마세라티에 엔진 공급을 중단한다는 사실. 페라리 엔진을 얹은 마세라티 차량을 탈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다. 마세라티를 구매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빠지는 셈이다.
이에 마세라티는 여러 대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11월 100% 자체 개발한 엔진을 얹은 파일럿 차량을 공개하기도 했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순수 마세라티 기술로 개발, 제작한 해당 파워트레인은 혁신적인 연소 시스템이 더해졌으며 향후 마세라티 차량에만 장착된다. 내년 5월에는 ‘MMXX’로 이름 붙여진 행사를 열어 마세라티의 향후 전략과 전동화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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