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508은 2018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당시 오토캐스트는 <파리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푸조 508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승했다. 프랑스 파리와 인근 도시를 오가며 주행한 소감을 위주로 시승기를 출고하기도 했다.
이번 시승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우리나라에 2019년 초 출시한 이후 국내 미디어의 시승은 GT와 GT Line에 맞춰졌다. 푸조에서도 옵션이 좀 더 많이 들어간 차종을 시승차로 제공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푸조의 공식 판매사 한불모터스가 포털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면서 508의 알뤼르 트림을 무려 1000만원 가량 할인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초 508의 가장 낮은 트림인 알뤼르는 4450만 원. 할인 후 판매가격은 3488만 원이다. 그간 가격 때문에 비교 대상에도 들지 못했던 차가 국산 동급 승용차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준비를 했다.
여담이지만 같은 급의 비슷한 차들이 국산차와 경쟁을 시작했다. 폭스바겐의 아테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격을 내려 3000만 원대로 진입하면서 국산차의 대표 주자인 현대자동차 그랜저, 기아자동차 K7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푸조의 508 역시 이 가운데 있다.
508 알뤼르의 특징은 가격을 낮추고 일부 옵션을 줄인데 있다. 시트에 나파가죽 대신 하프가죽으로 절반은 가죽, 나머지는 페브릭을 사용했다. 전동시트 대신 손으로 조절하는 수동 시트를 넣었고 전방 카메라가 삭제되며 후방 카메라만 있다. 19인치 대신 17인치 휠을 사용하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가 빠져있다.
이만큼의 기능과 실내 차이는 가격을 보면 이해가 된다. 2.0 GT라인이 4785만 원이다. 최고급 트림 GT는 4847만 원이다. 이 차. 알뤼르 트림은 가격을 조정하면서 3488만 원으로 내려갔다. 1400만 원 차이는 모든 옵션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 시선 사로잡는 디자인
푸조의 508을 처음 본 곳은 유럽의 모터쇼에서다. 커다란 푸조의 사자상 아래 서 있는 차를 본 많은 기자들이 디자인에 감탄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앞모습은 사자의 송곳니가 나온 듯 쭉 뻗어 내려간 주간주행등이 인상적이다. 가로선을 강조한 보닛과 그릴의 디자인도 주목된다. 그렇지만 옆 라인이 더 인상적이다. 패스트백 형태의 디자인은 기존의 508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C필러에서 낮게 떨어지며 트렁크 라인과 이어지는 곡선은 이 차가 좀 더 빠르고 강하고 세련된 느낌을 갖게 한다.
트렁크 라인은 아우디의 A7, 기아자동차의 스팅어처럼 트렁크 문짝과 뒷 유리가 함께 열리는 방식이다. 트렁크를 크게 설정하면서 패스트백 차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넓은 입구는 뒷좌석을 폴딩하고 큰 화물도 넣을 수 있어서 의외의 적재량을 자랑한다.
뒷모습 역시 날렵하고 세련됐다. 리어램프를 얇고 검게 만들어서 안정되고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시승차에는 GT 모델과 달리 17인치의 휠을 사용해서 타이어가 조금 뚱뚱해 보이는 것이 차이다.
디자인을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실내가 더 할 말이 많다. 피아노 건반을 형상화한 버튼들은 매우 독특하다. PSA그룹에서 몇 차종에 걸쳐 내놨던 버튼으로 직관적이고 보기에도 아름답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 가로로 긴 형태다. 특이한 것은 스티어링휠 위로 디스플레이가 보인다는 점. 다른 어떤 차에서도 만나기 힘든 특징이다. 헤드업디스플레이 대신 사용해도 좋을 만큼 시인성이 좋다. 작은 스티어링휠은 차를 좀 더 역동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 알뤼르 트림, 불편할까?
푸조가 무려 1000만 원을 갑자기 내리면서 판매하는 차. 508 알뤼르 트림은 상위 모델 대비 몇 가지가 빠져있다. 과연 이 옵션들이 없어서 불편할까?
차 안에 들어가면 시트의 차이를 먼저 느낀다. 살이 닿는 부분은 직물 소재로 마감했다. 나머지는 가죽을 사용했다. 상위 모델에는 모든 부분을 나파가죽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직물은 촉감이 더 친근하다. 우리가 입는 옷의 느낌과 비슷하다. 캐딜락과 같은 일부 고급 브랜드에서는 콘셉트카에 직물 소재를 일부러 적용하기도 한다.
시트의 소재는 사실 불편함이 없다. 시트의 조작 방식은 아쉽다. 전동시트가 아니라 손으로 조절한다. 등받이의 각도는 동그란 다이얼을 돌린다. 주행 중에 조작해도 등받이가 갑자기 넘어간다거나 하는 우려는 없지만 평소에 빠른 조작이 필요하다면 불편하다. 그 외에 허리에서 받쳐주는 볼스터는 전동으로 조작한다.
최고급 트림에는 우드 대시보드를 사용한다. 이 차는 크롬 패턴 대시보드다. 디자인 취향의 차이 정도다. 오히려 크롬 패턴이 좀 더 젊은 느낌이다. 8인치 터치스크린은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좋은 점은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자동차용 앱을 연동할 수 있다는 것. 애플의 카플레이를 사용해보니 어느 자동차 내비게이션보다 편리하다. 애플의 경우 티맵을 사용할 수 있고 전화걸기, 음성명령으로 조작하는 시리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스크린 속으로 많은 기능을 넣었지만 운전 중에 급히 사용할 버튼은 별도로 마련해두었다.
아래쪽에는 기어레버가 있고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는 버튼도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극적으로 변한다. 2.0 디젤 엔진의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는 40.8kg.m의 강한 토크를 가속에 오롯이 사용한다.
17인치 타이어는 차를 좀 더 말랑말랑하게 바꿨다. 프랑스에서 시승했던 차는 19인치 타이어를 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단하고 고속에서도 날카로운 주행이 가능했다. 반면 이 차는 17인치 타이어를 끼우면서 승차감 면에서 더 장점이 생겼다. 무난한 주행에 무난한 세팅이다. 이따금 스포츠 모드로 가속을 하고 푸조의 날카로운 핸들링을 즐기려면 큰 무리는 없지만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는 오히려 17인치 타이어가 적합할지도 모른다.
# 푸조의 변속기 괜찮을까?
푸조는 508을 내놓으면서 8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2.0 디젤 엔진은 177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40.8kg.m다. 디젤 엔진의 특성상 낮은 회전수에도 높은 출력을 보여주니 가속력이 좋다.
8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푸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놨다. MCP라는 독특한 변속기를 사용하던 푸조를 두고 ‘울컥거린다’는 표현을 자주 썼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완전히 무난하고 편안하다. 8단 자동변속기는 스포츠 모드로 들어가면 1~2단 아래로 다운하며 높은 토크를 활용한다. 2.0 모델을 기준으로 복합 연비는 13.3km/l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푸조 만큼 공인연비가 낮게 나오는 회사도 없는데 실제 고속 장거리 주행에서는 20km/l도 쉽게 찍는다.
과거의 MCP 변속기는 이른바 수동형 자동변속기다. 설명이 이상하지만 실제 구조는 수동변속기였고 변속을 대신해주는 장치가 조작을 도와줬다. 따라서 엔진회전수와 차의 속도를 맞춰야 충격 없는 변속기 가능했다. 하루나 이틀 정도 적응하면 나름대로 편하게 탈 수 있었지만 시승차를 만나서 MCP를 느끼고 나면 수 천 만 원짜리 결정을 앞둔 소비자는 갈등을 하게 된다. 아마도 푸조에서도 이런 고민을 알았을 듯. 이번에는 완벽하게 부드럽고 편한 자동변속기 EAT를 적용했다.
# 시트 공간 충분할까?
휠베이스 2800mm의 푸조 508은 중형 세단이다. 우리나라의 국산 중형 세단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데 유럽에서는 508도 나름 큰 차다. 실내는 키 180cm대의 남성이 4명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앞좌석을 운전 자세에 맞춘 다음 뒷좌석에 앉으면 머리에 손바닥 하나 정도가 들어갈 공간이 남는다. 무릎도 주먹 반개 정도의 공간이 남고 시트 밑으로 신발도 넉넉히 들어간다.
패스트백 형태의 차체를 완성하기 위해 낮게 지붕이 내려가지만 뒷좌석에서 앞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문제가 없다. 아이들을 위한 카시트 장착고리 ISOFIX는 지퍼를 열어서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단순하지만 편리한 방식이다. 지퍼를 열면 쉽게 고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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