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엠블럼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 워렌 클락(Warren Clarke)과 통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워렌 클락 총괄은 모니터를 보며 미리 준비한 지난해 벤틀리의 실적과 올해 브랜드 전략을 설명했다.
지난해 벤틀리는 국내 시장에서 296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129.5% 성장한 수치이며 구체적으로는 38대를 더 판매했다.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이전 세대의 벤테이가 V8과 지난 6월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스포츠 쿠페 모델 3세대 컨티넨탈 GT V8 두 모델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사실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벤틀리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호황이 이어졌다. 코로나 19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16% 감소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6% 오르며 유일하게 성장했다. 이 가운데 특히 수입차, 그 중에서도 고가 모델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1억원 이상 고가 모델의 점유율은 15.7%로 역대 최대였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이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워렌 클락 총괄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먼저 신차 효과다.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면서 고객들의 선택지가 늘었다는 것. 그는 “벤틀리는 지난해 중순부터 컨티넨탈 GT, 플라잉 스퍼 등 새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점이 성장세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의 럭셔리에 대한 수요도 성장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벤틀리 뿐만 아니라 억대 차량을 판매하는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롤스로이스는 SUV 모델인 컬리넌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해 전년보다 6.2% 늘어난 171대를 판매했다. 람보르기니는 역시 SUV 모델인 우루스의 인기에 힘입어 75.1% 성장한 303대를 팔았다.
이어 코로나19가 오히려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확하진 않지만 코로나라는 상황 때문에 고객들의 행동 변화가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신형 벤테이가의 사전 예약 대수도 53대로 사상 최고다. 이에 지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의응답 이후 테이블 옆 전동 커튼이 열리더니 신형 벤테이가가 나타났다. 이 행사를 위해 차량을 크레인으로 호텔 스위트룸 테라스에 옮긴 것. 워렌 클락 총괄은 차량의 이곳 저곳을 짚어 구형 사진과 비교하며 신차의 변화된 부분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신형 벤테이가는 페이스리프트와 풀체인지의 중간 수준의 변화를 거친 모델이다. 페이스리프트보다는 좀 더 큰 변화를 거쳤다. 전세계 2만명 이상의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작된 신형 벤테이가는 실내외 디자인을 바꾸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안전 및 드라이빙 기술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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