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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이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테슬라를 선두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졌다. 이 가운데 전기차계 큰형님을 만났다. 르노 조에다. 등장한 지 9년이 됐지만 유럽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기차로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역시 유럽에서 10만대 넘게 팔리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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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주로 왕복 4km의 출퇴근길에 사용했으며 그 외 지인과의 약속 장소 이동, 충전소 이동 등에 이용했다. 시승하는 5일 내내 서울 내에서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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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격이 뚜렷하다. 처음에는 밋밋한 인상에 디자인이든 주행이든 어딘가 애매할 줄 알았다. 일주일 간 사용해보니 오히려 쓰임새가 확실한 차였다. 부담없이 자주 손이 가는 운동화가 떠올랐다. 줄여 데일리 운동화같은 자동차다. 군더더기 없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실내외 디자인이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모자라지 않는 주행거리에 작은 차체로 도심 이곳저곳을 부담없이 누비고 다니기에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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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9km. 유럽의 WLTP 기준으로는 395km이지만 국내의 까다로운 인증 기준 탓에 주행거리가 20% 가량 줄었다. 수입 전기차 대부분의 경우 국내 판매를 위해 인증을 받으면 주행거리가 15~20%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조에의 309km는 일상 주행을 하는 데 무리 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동차 주행거리 통계를 살펴봐도 그렇다. 자동차 한 대당 일평균 주행거리는 39.2km. 평소 장거리 운전이 잦지 않은 운전자라면 충전하고 일주일 정도는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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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주행거리는 움직인 만큼 정직하게 줄어드는 편이다. 다만 교통 체증이 심한 구간에서 전기차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특히 기어 레버를 D에서 B로 바꿔놓고 주행하면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급격히 낮아진다. 일명 B-모드(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한 주행 모드)인데 막히는 도심이라면 운전하기도 쉬워진다. 처음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급격하게 감속하는 상황이 어색하지만 사용하다보면 막히는 도심에서 페달을 바쁘게 번갈아 밟는 것보다 해당 모드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급격히 감속하는 상황에 배터리 충전도 이뤄지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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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승차를 받았을 때 남은 주행거리는 266km. 중간 충전없이 5일간 출퇴근 및 지인과의 저녁 약속 등에 사용한 뒤의 주행거리는 152km였다. 총 114km를 주행한 셈이다. 출퇴근 시간이 겹친 데다 주행 대부분 막힌 도로라 실주행거리보다는 적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여름이나 겨울철이 아니다보니 공조장치를 사용할 일이 적어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었다. 사실 전기차를 이용하며 걱정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겨울철 주행거리다. 히터 등 온열 장치를 사용하면 전기 소모량이 많아 주행거리가 뚝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에는 히트 펌프 기술과 배터리 히팅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에 상온 주행거리 대비 저온 주행거리(영하 7도 기준)가 236km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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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듯 조에의 실내외 디자인은 화려하진 않다. 오히려 단순하면서 간결하다. 해치백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에 살짝 껑충하고 작은 몸집을 지녔다. 실내는 최신 르노의 실내 구성과 같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시원시원한 9.3인치 터치스크린을 적용했고 공조장치나 열선시트 등 자주 쓰이는 기능은 다이얼이나 건반식 버튼으로 만들어 넣었다. 기어레버에는 ‘P’가 빠져있다. 주정차하고 싶을 땐 바로 시동을 끄거나 N에 두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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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몇 가지 보인다. 먼저 1열 운전석의 시트 높이 조절이 안 된다는 것. 바닥에 깔린 배터리 때문에 기본적으로 껑충한 시트포지션이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시트 높이 조절이 안 된다. 전고가 높아 성인 남성이 앉아도 머리 공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처음 조에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대로 조절이 불가한 시트 포지션과의 적응이 필요하다. 차량에 애플카플레이를 연결했을 때 터치스크린 내 반응이 더딘 편이다. 오히려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돼 있는 T맵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dajeong@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