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서 전기 버전의 그랜드투어러 e-트론 GT와 전기 고성능 스포츠카 RS e-트론 GT를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1일 이 차들이 강원도 인제 서킷에 등장했다. 아우디가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하는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가 국내에도 열렸기 때문. 아직 정식 출시 전이지만 전문 드라이버가 트랙에서 모는 e-트론 GT 및 RS e-트론 GT에 동승할 수 있는 스페셜 이벤트를 아우디 측에서 마련했다.
이날 행사의 모든 코스(USP 드라이빙, 시닉 드라이빙, 트랙 드라이빙)를 마치고 강병휘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아우디 RS e-트론 GT 뒷좌석에 올랐다. 동승에 앞서 아우디 R8을 직접 운전해 트랙 5바퀴를 돌고 온 터라 더욱 궁금했다. 엔진룸을 비우고 가상음을 더해도 아우디가 말하는 운전의 즐거움은 그대로 남아있을까. 내연기관 고성능 자동차를 타던 사람들이 전기 고성능차로 큰 고민없이 넘어오게 할 만한 매력 요소는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강병휘 드라이버는 “사실 내연기관차가 주는, 특히 아우디 스포츠카 R8이 잘하는 점이 엔진소리, 배기음으로 요즘 터보차저 달린 차와는 또 다르다. 이는 숫자로 표현되는 영역은 분명 아니다. 전기차는 어쨌든 가상 사운드가 들어가기 때문에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타던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카를 탔던 사람도 전기차에 끌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펀치”라며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페달을 밟는 동시에 차는 본연이 가진 힘을 지체없이 그대로 뿜었다. 그는 “이런 펀치는 R8도 못 따라온다. 엑셀을 밟으면 공기가 엔진으로 흘러 들어가 연료와 섞이고, 터지고 하는 등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 차는 인풋 을 주고 아웃풋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 제로(0)다. 차량 무게만 약 2.5톤인데 주행하면서 그 무게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기존 엔진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녔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포르쉐의 타이칸과 비교해서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RS e트론 GT와 타이칸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RS e트론 GT가 조금 더 고급스럽게 움직이고 타이칸은 조금 더 날 것의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잠시 뒷좌석에서 동승한 RS e트론 GT는 시동을 걸면 실내로 들어오는 꽤 진짜 같은(?) 가상 엔진음과 가속 페달을 밟는 동시에 미끄러지듯 폭발하는 가속력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연기관과 같은 으르렁거리는 진동과 배기음, 특유의 변속 충격은 없지만 어쩌면 미래에는 이런 방식의 스포츠카에 사람들이 익숙해져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이날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는 트랙 드라이빙, USP 드라이빙, 시닉 드라이빙 등 세 가지 코스로 진행됐다. USP 드라이빙에서는 람보르기니 우루스의 형제차 RS Q8의 후륜조향 성능과 가속 성능을 체험했다. 뒷바퀴가 최대 5도까지 움직이는 Q8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여보면 길이가 5m가 훌쩍 넘는 SUV를 타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일반 공도를 달려보는 시닉 드라이빙에서는 RS7과 아우디 e트론을 번갈아가며 잠깐씩 시승하며 아우디만의 민첩한 핸들링과 승차감을 체험했다.
이날 아우디코리아 사장 제프 매너링은 “이번 행사를 통해 퍼포먼스가 지속가능성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경험할 것”이라며 “단순한 시승이 아닌 진정한 아우디 브랜드 소개를 위한 자리로 1000명 이상 고객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아우디 브랜드와 차량을 통해 순수한 퍼포먼스와 운전의 즐거움, 그리고 아우디가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해 이달 6일까지 진행하는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하루 또는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참가 비용은 각각 20만원, 30만원이다.
한편 아우디는 전동화 전략에 따라 2025년까지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약 30개 모델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20개 모델은 순수 전기 배터리 차량으로 선보인다. 올해에만 e-트론 GT와 RS e-트론 GT, Q4 e-트론 및 Q4 스포트백 e-트론 등 신차의 절반 이상을 전동화 모델로 출시했다. 이 밖에도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이 되기 위해 차량의 구동 방식 뿐만 아니라 전체 생산 공정에도 지속가능성을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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