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자동차는 잘 팔린다. 국산차는 반도체 때문에 출고가 밀리기도 했지만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없어서 못 판다. 수입차도 예외는 아니다.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신차를 내놓고 판매를 위해서 사람들을 모았다. 그래서 마라톤을 주최 하고 공연을 기획했다. 쇼핑몰에 아울렛에…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간엔 차를 전시했다. 올해는 좀 더 색다르다. 쇼핑 앱으로 공연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정보를 팔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네이버 ‘쇼핑 라이브’ 서비스를 이용해 신차 EQA를 소개했다. 12일 오후 7시에 시작한 라이브는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무대에는 EQA가 올라왔고 라이브는 시작했지만 아무도 차를 소개하지 않았다. 3명의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했고 시청자는 열광했다. 1시간 동안 8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좋아요 버튼을 20만 명이 눌렀다.
의외지만 자동차 설명은 단 1분도 없었다. 가수들만 노래를 했고 이따금 차에 기대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댓글에는 “실내 좀 보여줘라”는 내용이 나오고 “차 설명은 언제하나요”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기록적 호응 뒤에는 이벤트가 있었다. 3명의 유명 가수로 80만 명의 사람을 모았으니 이벤트로 연결했다. 시승신청을 하면 추첨을 통해 준다는 아이패드나 무선충전기 혹은 퀴즈를 맞추면 준다는 애플워치를 비롯한 상품들 모두 EQA의 타겟 연령층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다.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는 말에 동의 버튼을 누르려면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름, 지역, 원하는 벤츠 딜러 위치 그리고 전화번호다.
단시간에 엄청난 사람을 모았고 작지만 화려한 쇼핑 라이브다. 그러나 결론은 같았다. 자동차 회사에서 소위 ‘팝업 스토어’ 혹은 ‘시승 이벤트’를 통해 잠재 고객의 정보를 모으는 방식과 같다. 자동차 영업에서 제일 중요한 정보이자 구매력이 높을 수록 더 가치있는 그 정보들이다.
1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바로 이어서 쿠키영상이 올라온다. 조금 어색하다. 라이브 공연이 조금 전에 끝났을 텐데 쿠키 영상과 사진이 바로 연이어 나온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준비 했거나 공연이 사전에 녹화 했던 가짜 라이브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크게 상관 없다. 온라인 라이브의 장점인 소통은 이미 댓글로했다. 자동차 이야기도 댓글로했다.
재주는 가수가 부리고 차는 댓글로 팔았다. 기발한 이벤트와 아이디어에 감탄한다. 이제 코엑스에서 스타필드에서 아울렛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열 댓 명의 인원이 며칠간 고객들과 만나며 차를 보여주던 마케팅은 어디로 가야할까. 그리고 또 하나. 여기에 ‘구매’ 버튼만 있었으면 수많은 자동차 세일즈맨의 역할도 사라질뻔했다. 여로모로 아찔하고 놀라운 이벤트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덧붙인다. EQA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다. 한번 충전으로 306km를 주행하며 국내 판매 가격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 바로 아래인 5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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