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쏘렌토, 투싼의 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적용[오토캐스트=이다일 기자] 기아의 세대가 바뀌고 있다. 1993년 당시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었던 도심형 SUV 스포티지를 출시한 이후 2021년에는 ‘디지털 자동차’, ‘IT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아는 최근 10년 사이 철강 기술을 시작으로 뼈대를 튼튼히 하더니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며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완성도를 높였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더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이번 신형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보면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1993년식 스포티지를 타던 20대가 40대가 되어 만난 새로운 스포티지. 어떤점이 눈길을 끌었는지 정리해본다.
디지털 모터 제어 프로그램, 'E-라이드', 'E-핸들링' 기술 구현
#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44.2kW의 모터가 들어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이미 익숙하다. 작년 출시한 쏘렌토 그리고 연달아 나온 싼타페와 투싼의 하이브리드에서 경험했던 그것이다.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고 가속과 감속 과정에서 모터와 엔진의 물흐르듯 느끼지 못하는 부드러운 동력 전환이 강점이다. 스포티지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기아의 대표작인 만큼 지역에 따라 하이브리드, 가솔린, 디젤 그리고 LPG까지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선택의 폭을 넓혔다. 다만 다른 회사들이 구사하는 여러 등급이나 배기량의 내연기관을 넣지는 않았다. 개발에 품이 많이 드는 내연기관을 다양하게 구성하기 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힘과 효율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
이번 시승에서도 마찬가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부드럽다. 가속 과정에서 모터와 엔진의 배분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다. 다만, 경험상 1년 정도 타다 보면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인식하면서 점차 장점이 희석된다. 구분을 하지만 단점은 아닌 익숙한 상황이 된다. 엔진과 모터의 출력을 합하면 230마력(ps)의 힘을 낸다. 스포티지의 모든 파워트레인 가운데 가장 쎄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마트, 스포츠로 단순화했다. 다른 엔진 대비 노멀 모드가 없다. 또, 사륜구동 옵션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SUV의 장점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을 모두 얻으려면 좀 더 큰 차 쏘렌토를 선택해야한다.
# 디지털 자동차
신형 스포티지는 운전자 보조 기능과 IT기반의 디지털 기능 외에도 아주 독특한 디지털 기능을 갖췄다. 바로 하이브리드 전기모터를 활용한 승차감 개선을 이뤘다. 기아가 최초로 적용한 기능은 ‘E-라이드’와 ‘E-핸들링’이다. 일전에 기아는 K9을 출시하면서 도로 상황에 따라 변속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넣더니 이번에는 하이브리드의 모터를 이용해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나 과격한 코너링을 할 때 바퀴에 힘을 전달해서 승차감을 개선한다.
‘E-라이드’ 기능은 과속방지턱을 감지하고 들어서는 순간에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가 제동을 한다. 방지턱을 넘어 지나가는 순간에는 모터가 가속을 해서 차체가 하늘로 들리다가 바닥으로 내려가는 과정의 폭을 줄여준다. 즉, 덜컹거리는 느낌을 줄인다는 원리다. 아주 간단한 구조인데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기능을 만들지 않았다. 자동차와 디지털 제어가 결합한 새로운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과속방지턱은 시속 30Km/h 이하의 저속으로 운행할 필요가 있을 때에 설치하므로 작동 조건 20~75km/h의 E-라이드 기능은 ‘착한’ 운전자에게는 큰 효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심코 넘게되는 충격들을 제어한다는 의미에서는 효과가 있다.
앞서 ‘E-라이드’가 모터의 가속과 감속으로 상하 움직임을 잡아준다면 E-핸들링’은 모터의 가속과 감속으로 좌우 쏠림을 잡아준다. 보통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과격한 코너링에 안쪽 바퀴를 잡아주는 기능을 쓰고 있고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N에서는 E-LSD를 이용해 양쪽 바퀴의 회전수 차이를 보정해 코너링을 매끄럽게 해주는데 이 차는 모터의 가속과 제동으로 유사한 기능을 만들었다. 다만, 이번 시승에서는 과격한 코너링을 경험할 코스가 없었기 때문에 체감하지는 못했다.
주목할 것은 기아가 파워트레인에 모터를 붙이면서 전자제어가 가능한 상황이 되자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점이다. 전기차의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파워트레인의 디지털 제어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지 살짝 힌트만 보여준 모습이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주행 성능과 승차감
최근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차를 시승하면 상대적으로 기아가 현대보다 단단하다. 좀 더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는 전략일 수 있고 유럽의 소비자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추측이다. 그래도 국내에서 최근 시승한 싼타페와 쏘렌토도 그랬고 이번 투싼과 스포티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투싼 대비 좀 더 단단한 느낌이 든다. 다만 무엇인가 하체를 잘 잡아준다. 위쪽의 소음들은 그대로 들리는 반면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 가운데 고음으로 튀는 소리들은 많이 정제했다. 시승차는 콘티넨탈의 크로스 콘텍트 LX를 사용한다. 싼타페, 쏘렌토, 투싼의 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타이어를 상위 트림에서 사용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투싼 대비 스포티지가 하부 소음과 진동이 적은 편이며 진동의 폭을 빠르게 줄여주는 느낌을 준다. 이 과정은 시속 80~110km/h 사이에서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으며 방음에만 좀 더 신경을 쓰면 급을 넘어선 NVH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승차감에 관한 것은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주관적인 느낌으로 전달하는 것이니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 투싼과 비슷한 실내, 단점도 장점도 함께
신형 스포티지의 실내는 투싼과 크기와 작동방식이 비슷하다. 2열 시트의 경우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에는 폴드 앤 다이브 방식을 적용해 폴딩을 하면 엉덩이 부분이 아래로 더 내려간다. 트렁크까지 평평한 공간을 만들어서 짐을 싣고 내리거나 차박을 할 경우에도 편리하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2열 시트 아래에 배터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폴딩은 되지만 다이브는 되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1열 시트 뒤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경사로를 구성하게 된다.
투싼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만 트렁크의 시작 높이가 조금 더 높았는데 스포티지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높이 차이로 볼 수 있지만 섀시의 형상, 트렁크 문짝의 길이, 범퍼의 형상까지 많은 것을 다르게 구성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모양은 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별개의 크기를 가진 셈이다. 트렁크는 2단으로 구성했고 바닥 깔개를 아래로 내리면 좀 더 깊은 공간을 쓰고 위로 올리면 2열을 폴딩했을 때 비교적 평평해진다.
#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옵션의 승리
신형 스포티지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로로 긴 대형 디스플레이다. 기아는 이것을 파노라믹커브드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마치 어느 브랜드의 TV 이름 같기도 한데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하나의 프레임 속에 넣은 것이다. 일단 대형 디스플레이는 언제나 환영이다. 기능이나 디자인에서도 고급스럽고 효율적이다.
중앙 아래에 있는 공조장치와 오디오 조절 버튼은 기아가 최근 적용하는 멀티 기능 버튼을 넣었다. 마치 키보드 쉬프트 키의 역할과 비슷하다. 중앙의 버튼을 누르면 전체 버튼이 공조장치 조절에서 오디오 조절로 바뀐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또, 이를 적극적으로 양산에 적용한 기아의 과감함도 칭찬할 만 하다.
버튼은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내기순환이나 앞, 뒷유리의 열선 버튼은 언제든 한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운전석 방향에 상시 보이도록 구성했다. 반면 자주 사용하지 않는 나머지 오디오, 내비게이션 관련 버튼과 공조장치 버튼들은 서로 역할을 바꾸도록 조수석 방향에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갈곳이 없어진 열선과 통풍시트 버튼은 변속기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고 변속기는 다이얼 방식을 적용했다.
한 가지 실제로 스포티지를 구입하려면 고려할 것은 이것들이 옵션이란 점이다. 변속기는 다이얼과 부츠타입 두 가지로 나오며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역시 옵션이고 중앙에 12.3인치를 넣지 않으면 디자인도 쌩뚱맞는 다이얼식 오디오가 들어간다.
# 투싼 vs. 스포티지, 선택의 기로에서
작년과 올해 기아의 주력 라인업들이 모두 새차로 바뀌었다. 카니발이 그랬고 쏘렌토가 그랬으며 스포티지까지 출시했다. 카니발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이브리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카니발에 하이브리드가 없는 이유는 경쟁자 토요타의 시에나 하이브리드가 별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해서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카니발은 거의 독점 시장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중형 SUV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스포티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투싼. 쏘렌토의 경쟁자는 누가 뭐래도 싼타페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카니발이라면 망설일 이유 없이 고르겠지만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동일한 투싼과 스포티지라면 갈등이 생긴다.
정답은 명확하다. 디자인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에는 출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먼저 나오는 차를 고르면 될 것. 무엇인가 다른 점, 좋은 점, 나쁜 점을 찾아보기 위해 길게 시승기를 썼지만 결론은 하나다. 거기서 거기. 그것도 아주 잘 만든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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