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 하단 레이더 센서…고장여부 파악조차 힘들어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과 전방추돌방지(FCW)를 포함한 ADAS 기능을 탑재한 2020년식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운전자 이모씨는 최근 범퍼 추돌 사고를 냈다. 주차장에 방지턱에 범퍼를 부딪쳤는데 외관상 손상은 없지만 전방 레이더 센서에 이상이 생겼다. 그 결과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를 포함한 주행보조 기능의 작동이 멈췄다.
기아 앱을 통해 인근 정비센터 오토큐를 찾아갔지만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해당 기능에 대한 진단이나 정비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비사와 시운전까지 해봤지만 SCC 기능의 이상 유무를 정비사가 판단하지 못했다”며 “첨단운전자보조장치 기능의 작동이 고장으로 중단됐는데 이를 알리는 경고 조차 들어오지 않아 문제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씨는 오토큐에서 안내한대로 더 큰 서비스센터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기아 관계자에 따르면 ADAS 기능 관련 정비는 전국 79곳의 ‘마스터 오토큐’와 18개 직영 서비스센터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다.
이 같은 문제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아 오너 카페 등에 따르면 ADAS 기능의 고장, 수리로 인한 불만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레이더 센서를 수리할 때 교정 장치를 갖춘 정비소를 따로 찾아가야 하고, 공식 서비스센터를 제외하면 수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대, 기아를 포함한 국산차는 정비 편의성이 큰 장점으로 인식됐지만 첨단 기능에 있어서는 수입차에 비해 정비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DAS 수리 가능한 곳, 전체 10%에 불과…서비스 정체 심각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의 현대차그룹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또 최근 현대차그룹은 신차의 특장점으로 ADAS 기능을 꼽고 있다. 작년 한 해 현대차그룹이 국내 시장에 판매한 신차는 국산 신차 160만대 가운데 134만대에 이른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ADAS 시스템을 장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ADAS를 장착한 국산차는 차선이탈경보와 차선이탈자동복귀시스템을 기준으로 약 168만7000여대에 이른다. 전년 대비 154.9%나 급증했다. 또, 전방 위험차량 경보시스템과 긴급 자동 브레이크를 장착한 차량도 112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9.4%나 증가했다.
신차에 ADAS 첨단 기능의 장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국산차 점유율 70%가 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기아를 기준으로 ADAS를 점검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서비스센터의 숫자만 봐도 ADAS 기능의 정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약 55만대를 국내에 판매한 기아의 경우 ADAS를 점검, 수리할 수 있는 곳은 총 97곳이다. 반면 같은 기간 7만7125대를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중 가장 많은 서비스센터를 보유해 올 2월 기준 전국에 72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ADAS 기능을 포함한 모든 정비를 하고 있다.
#첨단 기능의 그늘, 서비스 적체 해소해야
업계에서는 국산차 브랜드가 첨단기능 장착과 이를 홍보에 활용해 신차 판매에만 주력하고 서비스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신차 발표에는 첨단안전사양의 개수와 성능의 홍보가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해 한 기아 차량 운전자는 “차를 구입하면서 안전을 위한 사양이라고 설명해 비싼 옵션이지만 ADAS를 선택했다”며 “그런데도 ADAS의 기본 부품인 레이더 센서 고장은 일반적인 정비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무 오토큐에서나 받아주지 않는다. 기아 콜센터를 통해 수리가 가능한 사업소를 안내 받아 방문해야 하는데 예약도 한참이다”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기아 관계자는 “ADAS 관련 정비는 일반 오토큐가 아닌 현재 전국 79곳에 위치한 마스터 오토큐(고난도 정비가 가능한 우수 서비스 업체)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가능하다. ADAS를 장착한 차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가능한 정비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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