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경차는 불황이 호재인 대표적인 차종이다. 1998년 외환 위기 때는 17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당시 내수 판매(77만9905대)의 22.8%에 달하는 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차 기준이 800cc 미만에서 1000cc 미만으로 바뀌면서 판매량은 급증했다. 경차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 일이다. 해마다 판매량이 떨어졌다. 급기야 1000만원짜리 경차를 사는 데 기아는 에어컨을 쉐보레는 김치냉장고를 제공했다. 당시 어떤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두 회사의 치열한 할인 경쟁을 두고 ‘가전 회사만 웃게 한 경쟁’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경차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대표적인 건 소형 SUV의 등장이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출시하면서 경차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이후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형 SUV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진 것과 높아진 국민 소득 등도 경차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2020년 경차 판매량은 10만 대를 넘지 못했다.
경차 시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SUV 경차인 캐스퍼를 출시한다.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이다. 시장의 상황을 의식한 듯 소형차 베뉴의 동생 엔트리 SUV로 소개했다. 하지만 캐스퍼는 영락 없는 경차다 1.0리터 엔진을 얹었고 길이×너비×높이가 3595×1595×1575mm로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된 기준(배기량 1000cc 이하, 3600×1600×2000mm 이내)에 부합한다.
당연히 경차 전용 혜택도 주어진다. 책임 보험료 10% 할인, 취득세 면제, 지역개발 공채 4% 할인, 고속도로/ 유료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50% 할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8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캐스퍼는 일반 모델(1.0 MPi)과 액티브 모델(1.0 T-GDi)로 출시된다. 현대차는 캐스퍼의 안전장비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방충돌방지 보조기능와 차선이탈방지 보조기능은 캐스퍼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적인 안전장비에 대해서는 상위 모델인 현대 베뉴나 기아 레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밴 모델 출시도 확정됐다. 기존의 경차 밴 모델 같이 뒷좌석 시트가 들어가지 않으며 트렁크 공간을 뒷자리까지 확장하는 방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최대 적재 중량은 300kg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는 9월 중에 캐스퍼의 사전 예약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