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이 차의 이름은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다. 하지만 제품의 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받고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이 차에는 토요타 프리우스에 들어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용량이 작은 배터리를 얹은 시스템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물론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커다란 카테고리로 보면 하이브리드의 일종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구분해 사용하는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보면 기블리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마일드)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해서 생김새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공기 흡입구와 C필러 위에 있는 세타 로고에 친환경 모델들이 주로 사용하는 파란색을 더했다.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아 참, 옵션을 선택하면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의 색을 파란색으로 바꿀 수 있다. 실내도 일반 모델에서 봤던 모습과 비슷하다. 운전대, 계기판, 변속 레버, 알루미늄 멋을 더한 스타일까지 눈에 익숙하다. 다른 게 있다면 외관처럼 곳곳을 두룬 파란색 스티치와 센터 디스플레이다.
과거 8.4인치짜리 디스플레이는 10.1인치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해상도와 터치 감각 등을 봤을 때 전보다 꽤나 개선됐다. 더욱 반가운 매끈하게 실행되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다. 이전에 들어갔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늦어 차의 진행 상황과 내비게이션이 엇박자를 내기 일쑤였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파워트레인은 V6 3.0리터 엔진 대신 직렬 4기통 2.0ℓ 엔진과 전기모터가 들어간다. 둘이 힘을 합쳐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발휘하는 데 최고속도는 255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초다. 일반 모델에 들어가는 V6 엔진과 비슷한 성능을 내 힘에 대해서는 불만이 거의 없지만 직렬 4기통의 엔진 질감이 거칠어 V6를 타봤던 사람이라면 조금 아쉽다. 마세라티의 상징과도 같은 배기음도 마찬가지다. 대신 엔진과 변속기 조합은 나쁘지 않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도 조밀하게 힘을 내는데 엔진에 본격적인 과급이 시작되면 꽤나 화끈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게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운전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차이를 거의 체감할 수 없다. 스톱 앤 스타를 좀 더 늦추거나 속도를 줄일 때 미리 엔진 구동을 멈춰 연료 소모를 줄인다. 또 브레이크를 밟을 땐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기도 한다. 덕분에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8.9km/ℓ를 달릴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6g/km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체하는 디젤 모델보다 연비는 낮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적다.
승차감은 안락하다. 서스펜션을 팽팽하게 조율하기보다 여유로움에 초점을 맞춰 장거리 주행에서도 편안하다. 게다가 전자식 가변 서스펜션로 상황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해 일상 주행은 크게 문제 없다. 다만 굽이치는 코너를 연속으로 달리다 보면 기블리의 약점이 금세 드러난다. 앞뒤 좌우로 발생하는 쏠림 현상은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세단으로는 꽤 괜찮은 세팅이지만 핸들링을 즐길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여느 브랜드와 차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큰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48V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조금이나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를 높일 수 있다는 건 마세라티에게 큰 소득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다. 4기통 엔진과 전기모터를 얹은 기블리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4기통이 들어간 기블리는 주행과 관련한 감성적인 영역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때문이다. 다만 다행인 건 기블리 (마일드)하이브리드가 V6 디젤 모델을 대체하는 것이지 기존의 V6 가솔린 모델은 계속 판매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