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기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각 기능이나 부품 마다 전장 소프트웨어・IT 회사들이 만든 별도의 시스템을 가져다 붙였다. 기능이 많아질수록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각 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고 관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내 모든 기능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통합 제어할 운영 체제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도입 초기 구글, 애플 등의 모바일 OS 경쟁이 치열하듯 자동차 OS 시장에서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OS가 앞으로 자동차 경쟁력에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동차에서 OS는 크게 자동차 구동과 자율주행에 관여하는 전장 영역과 편의 장비와 콘텐츠 소비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영역 등으로 나뉜다.
2014년을 기점으로 유수의 IT 기업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OS를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인더카 등이 등장했다. 이후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에 활발히 적용되면서 다음 단계로 나서고 있다. 특히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라는 차량 운영체제를 선보이면서 기존에 음악 감상 등 인포테인먼트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 자체의 OS를 넘보고 있다. 실제 포드는 2023년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차량에 탑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비교해 안정성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폰 상에서 OS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어플 사용 중 오류가 생기더라도 사용자에 비교적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조그만한 오류라도 안전상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보니 소프트웨어의 완성도에 대한 척도가 다르다.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그룹이나 토요타와 같은 연간 1000만대 이상 생산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OS를 독자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독자 개발 노선에 올랐다. 현대차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지금까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OS ‘ccOS’를 적용하고 있다. 제네시스 일부 차종에 이미 적용했으며, 현대차는 해당 OS를 인포테인먼트에 우선 도입한 후 내년 계기판이나 차량 제어 등 차량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9년 폭스바겐그룹은 카.소프트웨어(Car.Software)라는 자체 조직을 중심으로 OS를 직접 개발해 차량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및 자체 제작 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오는 2024년부터 대부분 기능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OS를 탑재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IT 기업과 손잡고 운영 체제를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협력파도 있다. 지난 6월 볼보자동차 역시 자체 OS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나의 일관된 소프트웨어 환경을 구축해 더욱 빠르고 유연한 개발 환경을 만들겠단 폭스바겐이나 벤츠 등과 유사한 맥락의 계획이다. 단 볼보자동차는 구글, 엔비디아 등 IT 업계간 전략적 협력을 내세웠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해당 시스템을 100%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효율성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하드웨어 또는 엔지니어 중심의 업체가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단기간에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운영체제 경쟁에 나서기 위해 ‘바다’와 ‘타이젠’을 선보였다가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협업하듯 많은 완성차 업체 역시 거액의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과 손잡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공개한 신형 XC60을 공개하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드로이드 OS를 바탕으로 국내 환경에 맞게 SKT의 내비게이션 티맵(TMAP), 음성인식서비스 누구(NUGU) 등을 연동해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메르데세스-벤츠 역시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엔비디아와 OS를 공동 개발해 2024년까지 이를 탑재한 차량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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