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토요타, 두 회사는 매년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을 두고 세계 수위를 다툰다. 지난해에는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각각 953만대, 930만대를 판매하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연간 1000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이 두 거대 제조사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떤 방식으로 맞이할까. 전세계 자동차 1,2위를 앞다투는 두 회사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에 올인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보다 급진적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를 건너 뛰고 전기차에 올인한다. 2030년까지 전체 판매 신차 중 전기차를 70%로 채우는 게 목표다. 반면 토요타는 한 번에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자사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이어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2030년부터 자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를 위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폭스바겐의 입장과 비슷하다. 벤츠 역시 2025년 내연기관을 비롯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더이상 개발하지 않고 2030년 완전한 전기차 제조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기존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전기차에 올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배출 규제를 획기적으로 맞추기 위한 ‘게임체인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 위주로 판매하며 배출 규제를 충분히 맞췄던 토요타와 다른 처지다.
유럽 기준으로 지난해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평균 기준은 95g/km다. 제조사가 판매한 모든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평균이 이를 넘으면 과징금을 내야한다. 그동안의 배출 기준은 토요타가 전기차 없이 하이브리드 차량만으로 대응할 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그 규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25년까지는 81g/km에 맞춰야 한다. 여기에 2030년 59g/km였던 기준은 43g/km로 강화됐다. 이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만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전기차, 왜 토요타는 대응이 느릴까?
전 차종에 걸쳐 하이브리드를 적용하고 있는 토요타에게도 대책은 필요하다. 이에 최근 토요타는 배터리 및 탄소중립 설명회를 열고 자사의 배터리 전략과 향후 전동화 계획을 밝혔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둘러 전동화 계획을 밝혔던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꽤 늦은 발표다. 이번 설명회에 따르면 토요타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비 증설을 위해 향후 10년간 90억 달러(10조5000억원)를 투입한다. 공장 증설 이외에도 약 5조원을 배터리를 연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또 2030년 부터는 연간 200만대 수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사실 연간 1000만대 규모 회사에서 20%가 큰 비중은 아니다. 대신 국가별, 지역별 에너지 상황과 규제 동향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다양하게 조합해 판매할 계획이다. 한 예로 토요타는 2030년 유럽에서 신차 판매의 100%를 전동화 모델로 할 예정이지만 이 가운데 60%가 하이브리드차, 나머지가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한 전기차다.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카 95%, 전기차 10%가 목표다.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의 강점을 활용하면 규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203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을 포함해 하이브리드차까지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토요타의 유럽 시장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다른 업체에 비해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늦다는 지적을 받아온 토요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규제에 전기차 라인업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파워데이를 열어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밝혔다. 2030년까지 연 240Gwh 규모를 생산하고 유럽 내 각각 40Gwh 수준의 배터리 공장을 6곳에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이곳에서는 연간 500만대의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셀 생산이 가능하다. 이 밖에 고속충전기를 1만8000기 설치해 유럽 내 충전 네트워크를 5배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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