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 T맵을 선택한 이유
볼보자동차가 지난달 신형 XC60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다. 해외에서는 차량에서 구글맵과 구글 검색, 구글 어시스턴트(음성명령 기능) 등 구글의 주요 앱 서비스를 활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구글맵이 그렇다. 과거 구글이 구글맵 서비스를 위해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국내에선 정밀한 구글맵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SKT와 국내 환경에 맞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역시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김 연구원은 “대한민국에서는 구글 서비스를 모두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볼보자동차와 가장 색깔이 맞다고 생각하는 SK사의 음성인식 플랫폼(누구)과 내비게이션(T맵), 음악 플랫폼(플로) 등을 채택했다. 국내 사용자가 최적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크게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비게이션 어플 중 T맵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MAU(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를 따졌을 때 T맵이 가장 높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이다보니 차량의 정보를 T맵과 공유하는 데 있어 상당히 편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T맵과 차량용 T맵이 같은 것은 아니다. 김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구조, 설계다.
그는 “휴대폰의 경우 차량의 속도를 직접 읽어가진 않는다. 휴대폰 GPS의 속도에 따라 안내가 된다. 반면 차량에 탑재된 T맵의 경우 차량의 속도가 T맵과 공유가 된다. 차량이 주유 레벨도 읽어서 주유 레벨이 낮으면 주유소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경로를 검색했을 때 현재 주유 레벨로 목적지까지 갈 수 없다고 판단되면 T맵이 주유소를 경유지로 자동으로 추가해준다”고 설명했다.
# 96% 높은 음성 인식률
볼보자동차에 따르면 음성인식률은 96%다. 타 브랜드와 비교해 고속이나 주변 소음 등이 많은 상황에서도 발화한 사람의 음성을 거의 대부분 인식할 수 있다는 게 볼보자동차의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차량 위쪽에 마이크가 총 두 개가 있다. 모듈 당 두 개의 마이크가 설치돼 있어서 총 4개의 마이크로 사용자 음성을 인식한다. 모든 음성인식은 실시간 서버 통신을 통해 이뤄지고 대부분 발화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선 전처리 과정을 통해 최적의 인식률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디오앱 같은 경우 기존에는 일일이 지역 주파수를 찾아 입력했어야 하는데 이젠 사용자가 발화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미리 처리해놓고, 처리된 데이터를 사용자가 발화했을 때 걸릴 수 있는 확률을 상당히 높여놨다. 때문에 인식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어느 지역에서든 “SBS 라디오 틀어줘”, “MBC 라디오 틀어줘”와 같은 명령어를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단 얘기다.
이 밖에도 “볼보 차량에 들어간 음성인식 시스템은 사용자 음성에 따라 딥러닝하고 머신러닝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타 디바이스와 환경이 다르다. 차량에 특화된 음성인식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기존 모델도 적용 가능하나요?”
이번 신형 XC60를 살펴보면 외관이나 실내는 겉보기엔 그대로다. 하지만 뜯어서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김 연구원은 “기존 차량이랑 가장 다른 점은 하드웨어 대부분이 바뀌었고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하네스가 모두 변경됐다. 통신 모듈 위치와 모듈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치들, 배터리 역시 바뀌었다. 그 안에 하드웨어 들어가는 스펙도 모두 바뀌었고 기존 차량과 완전히 다른 내부 시스템을 갖고 있다. 기존 차량에서 업그레이드 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거의 대부분 차량 안 모듈을 교체해야되는 작업이라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출시되는 신차 라인업에는 꾸준히 도입할 예정이다. 이달 13일에는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탑재한 S90과 V90 크로스컨트리를 출시했다. 아울러 최대한 많은 기능을 지속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향후 출시하는 신차에 비대면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앱을 관리할 수 있는 스토어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는 개별 앱별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하는데 추후에는 하나의 앱스토어에서 이 모든 앱을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 전용 서비스로서 장점을 꼽자면
이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편을 통해 기존 볼보자동차 차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재난문자 팝업 문제를 개선했다. 그는 “국가정보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API와 연동해서 어플리케이션으로 새로 만들어 알림이 따로 크게 뜨진 않는다. 또 언제나 알림을 끌 수도 있고, 전국 안전안내문자 확인할 수 있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에서는 공조장치나 열선・통풍시트 등의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클라이밋 화면에 있는 모든 기능이 음성으로 제공된다. 특히 한국 사람이 친숙하게 발음하는 시트 열선을 ‘엉뜨’나 ‘엉따’로 직접 발화해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풍시트 같은 경우는 명확하게 밈처럼 말하는 단어가 없어서 그 부분은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단어 추가 및 기능 추가는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 안전 위해 과감히 뺀 ‘이 기능’
국내 판매 중인 일부 차량은 “창문 열어줘” 등과 같은 명령어를 수행한다. 그렇지만 볼보자동차는 예외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볼보자동차의 안전 철학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문 열어줘나 트렁크 열어줘와 같은 명령어 수행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안전 때문이다. “창문 열어줘”와 같은 명령어를 뒷좌석에서 발화하거나 아이가 잘못 조작하면 운전 중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프로젝트에서 과감히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창문이나 트렁크 뿐만 아니라 썬쉐이드 역시 음성으로 제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볼보자동차는 기존 사용자들이 원했던 볼보온콜(Volvo on Call) 기능도 처음으로 탑재했다. 비상 상황 발생 시 버튼을 눌러 24시간 사고 접수 및 긴급 출동 신청, 서비스센터 안내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차량 천정에 마련된 오버헤드콘솔을 살펴보면 온콜 버튼과 SOS버튼이 있다. 온콜은 간단한 질문 및 차량 문제점 생겼을 때 문의할 수 있고 긴급 출동 요청할 수 있다. SOS콜은 사고 났을 때 삼성화재에서 바로 119쪽으로 연결해준다. 벨트 프리텐셔너가 터지거나 에어백이 터졌을 경우 차량이 자동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운전자의 안전 상태와 위치를 파악한 후 구조차를 보낸다.
# 해킹의 위험성은?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비교해 안정성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폰 상에서 OS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어플 사용 중 오류가 생기더라도 사용자에게 비교적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조그만한 오류라도 안전상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휴대폰의 안드로이드와 차량용 안드로이드는 완벽하게 다른 구조로 설계됐다. 차량용 안드로이드는 AAOS라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로 개발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본사에서도 소수의 권한 있는 사람만 접근 가능하다. 저도 권한이 없다”며 “안드로이드 쪽에서도 방화벽 가지고 있고 SK 쪽에서도 방화벽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해킹에 대한 염려도 따로 안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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