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30.3원 오른 리터당 1762.8원을 기록했다. 6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서울은 최고가를 기록, 리터당 1840.8원까지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을 넘은 것은 2014년 말 이후 7년 만이다. 다음 달에는 주간 전국 평균이 18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만 해도 보통 휘발유 가격이 1400원 초반 수준이었는데 무섭게 올랐다. 경유도 올 초 1200원대 초반이었지만 이번 주에는 리터당 1513.5원으로 지난 주보다 23.7원 상승했다.
국내 기름값이 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럼 국제 유가는 왜 급등했을까? 크게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폭증,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원자재 부족이라는 요인이 더해져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사실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던 것이고, 최근 에너지 대란 우려 심화에 결정적으로 불을 지핀 건 따로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호주와의 무역분쟁으로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게 되면서 대규모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몽골 등에서 계약을 새로 맺어 석탄 긁어 모으고 있다. 이에 따른 연쇄 반응으로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을 수입해온 인도는 석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석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석탄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이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천연가스의 상황 역시 석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석탄 수입이 어렵게 되자 중국이 겨울용 액화천연가스 구매하면서 천연가스로 전기를 충당하고 있는 유럽연합과의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은 심화되니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대비 124%가 오르며 201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부족하자 대체제인 석유 수요가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석유 수요가 올해 17만 배럴, 내년엔 21만 배럴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석유 수출국기구 OPEC 플러스는 11월 산유량을 하루 40만 배럴 증산에서 더 늘리지는 않기로 합의했다. 물론 계산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등 에너지 소비국들은 석탄과 천연가스 품귀 현상으로 인해 40만 배럴은 어림도 없다고 추가 증산을 요구했지만 OPEC 플러스는 이를 받아드리지 않았다.
추가 증산을 거절한 건 정치적인 이해 관계도 존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OPEC 플러스의 석유 증산 능력이 부족한 게 상당히 컸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친환경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와 금융권에서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석유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석유 생산·보관 시설 투자 비용이 삭감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야기해 원유 생산도 크게 늘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유가 흐름에 우리 정부는 이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약 6개월 간 휘발유, 경유, LPG에 대한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유류세 20%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될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 경유는 116원씩 줄어든다. 유류세 인하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00년과 2008년, 2018년에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내렸는데 이번 인하폭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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