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요소수 사태는 중국과의 외교로 요소 수출 제한을 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디젤차에 선택적 촉매 감소 장치인 SCR이 달려 출시된다. 하지만 이 장치만 있다고 해서 질소산화물이 정화 배출되는 건 아니다. SCR은 촉매로 요소수를 필요로 하며 지속적으로 보충해줘야 한다. 대기질에 유해한 질소산화물이 요소와 반응을 일으켜 무해 성분으로 바뀌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연료량 대비 5~7%가 쓰인다.
요소수를 장기간 충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먼저 연비와 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게 된다. 심지어 시동이 걸리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 간혹 연비와 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충전하지 않고 계속 버티며 주행하면 SCR 장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막대한 비용을 치워야 한다. 사실상 요소수 없이 디젤차를 운행하는 방법은 전무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요소수 사재기 사태가 벌어질 뿐 아니라 가격 폭등 사태까지 일어났다. 요소수를 취급하는 주유소에선 가격이 불과 일주일 사이 2~3배가 올랐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대부분 품절 상태다. 요소수 가격이 치솟고 매물 품귀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자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재 나라가 요소수 때문에 초비상”이라며 “7000원하던 요소수를 5만원, 10만원을 주고사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요소수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서 기업들은 중국이 아닌 러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요소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 전역에서 요소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대안을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확실하고 거의 유일한 해결방안은 중국과의 외교로써 이번 사태를 잠재우는 방법이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요소수 대란의 원인이 사실상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수급 불균형이 깊어지면서 발생한 사태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8일 요소수 품귀에 따른 산업계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와 실무협의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중국에 국내 기업의 피해와 애로 사항을 전달했으며, 이번 사태가 빠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산업부는 요소수 사태의 심각성과 파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7일 국내 요소수 생산 1위 업체인 롯데정밀화학과 만나 수급 상황과 피해 규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요소수 관련 글을 보다 보면 자동차용 요소수 대신 수입 요소의 90%에 육박하는 비료용 요소와 물을 섞어 넣으면 된다는 정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정보”라며 “비료용 요소는 엉겨붙지 않도록 코팅 처리가 돼 있어 요소수로 활용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SCR에 있는 NOx 센서가 요소수 분사를 했는데도 NOx 레벨이 줄어들지 않은 것을 감지하면 경고를 띄우고 출력 제한을 걸기 때문에 물을 넣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넣은 물이 수돗물이나 지하수인 경우 그 속에 있는 무기질 이온이 SCR를 망가뜨릴 수 있다.
요소수는 물 67.5%와 요소 32.5%로 구성돼 있는데, 이 때 물은 불순물을 제거한 고도로 정제해야 한다. 물 안에 포함된 이온들이 촉매에 들어갈 경우 환경오염이 더 심해질 뿐 아니라 자동차의 수명이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요소수의 품질이 중요해지는 상황. 유럽에서는 요소수 품질을 제정하는 ‘애드블루(AdBlue)’라는 공동의 인증마크를 통해 요소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요소수를 구입할 때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내 차와 환경을 위해 ‘애드블루’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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