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지난 1월 18일 폴스타가 폴스타 2의 출시 행사를 가졌다. 폴스타 2는 지난 12월에 있었던 브랜드 론칭 때 출시 날짜를 예고하며 사람들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은 모델이다. 많은 사람이 볼보와 별반 다를 게 있겠냐는 반응을 보이던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폴스타 2는 볼보 XC40의 밑바탕이 되는 CMA 플랫폼을 변형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2016년 공개된 볼보 40.2 콘셉트와도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볼보의 디자인은 중후하고 안전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반면 폴스타는 신생 브랜드의 자동차답게 디자인이 유쾌하고 스포티하며 간결하다. 테슬라 모델 3로 점철되는 전형적인 전기차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결이 상당히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LED 헤드램프다. 분명 볼보의 것과 비슷한데 내뿜는 분위기는 사뭇 상이하다. 주간 주행등이 앞쪽을 파고들며 차체가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각 헤드램프에는 84개의 픽셀 LED가 적용되며 감지된 주변 상황에 따라 개별 ELD 점등상태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조명의 세기를 조절한다.
보닛 앞쪽에는 길게 가로선 하나 넣어 우아하면서도 정돈된 인상이다. 그릴과 가로선 사이에는 엠블럼이 들어간다. 재미있는 건 이 엠블럼의 색깔이다. 여느 자동차는 엠블럼을 크롬으로 처리해 눈에 띄게 만드는 게 보통인데 폴스타 2는 차체와 같은 색으로 처리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다. 은은하게 존재감을 뿜어낸다.
옆은 차체 아래 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해 쿠페형 SUV의 키를 줄여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벨트라인을 중심으로 위는 쿠페를 아래는 오프로더를 보는 것 같다. 위는 루프라인이 뒤로 갈수록 완만하고 매끄럽게 넘어가고 펜더와 도어 아래 부분은 오프로더처럼 플라스틱을 둘렀다. 진정한 의미의 크로스오버가 아닐까? 뒷모습은 정갈하다. 테일램프는 단순하게 그어진 선 같지만 다른 오브제들과의 조화가 좋다. 표면 처리와 배치가 뛰어나고 깊이감이 있다. 가로선보다는 세로선을 많이 사용해 옆으로 넓어 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번엔 실내다. 볼보의 부품 55%를 공유하는 만큼 상당 부분이 볼보를 닮았습니다. 운전대만 보면 이게 볼보인지 폴스타인지 헷갈릴 거다. 다행히 안전벨트 색깔이라든가 구멍이 뚫린 기어노브 등이 있어 구별이 가능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전기차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간다. 볼보 XC60에 들어간 바로 그 시스템이다. 여기에 목적지 도착시 예상 배터리 잔량 표시부터 현재 배터리 잔량으로 주행가능한 거리 확인, 현재 이용 가능한 충전기 현황, 가까운 충전소 자동 추천 등 전기차 전용 솔루션이 추가된다.
다만 아쉬운 건 공간이다. 앉은 키가 그리 크지 않는데도 시트에 앉았을 때 머리카락이 천장이 닿을 정도다. 게다가 배터리를 센터콘솔에 넣어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부족하다. 뒷자리도 마찬가지다. 가운데 턱이 높게 올라 가운데 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쩍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적어 공간 활용에 용이한 게 장점인데 이 부분은 폴스타 2에게는 조금 약점이다.
폴스타 2에는 롱레인지 싱글모터와 듀얼모터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들어간다. 모두 히트펌프를 기본 적용하고 LG 에너지솔루션의 78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듀얼모터가 들어가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67.3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7초,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334km이다. 롱레인지 싱글모터는 최고출력 231마력(170kW), 최대토크 33.7kg·m를 내고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17km이다.
시승 날에는 눈이 왔다. 보통 이런 환경이라면 시승을 하기도 전에 불평불만을 토로했겠지만 폴스타라 조금 달랐다. 폴스타의 본사는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스웨덴 예테보리다. 개발한 곳과 비슷한 환경에서 달리는 기분은 꽤나 오묘했다. 넉넉한 힘 덕분에 가속은 시원시원하고 바퀴가 노면을 구르는 느낌도 상당히 좋다. 운전대로 느껴지는 노면 피드백도 풍부하다. 일반적인 편한 세단을 생각해선 안 된다.
시승차에 적용된 퍼포먼스 팩에는 올린즈 서스펜션이 들어가는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스펜션의 세팅 역시 상당히 단단하다. 도로 이음새나 요철 부분을 지나갈 때 잔진동들이 살짝 올라온다. 게다가 스트로크가 짧다 보니 과속 방지턱에서 오는 충격들은 강하게 허리와 엉덩이로 느껴진다. 보통 이렇게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이 좋은 핸들링으로 이어지면 좋을 텐데 폴스타 2의 핸들링은 여유로워 움직임과 반응이 이질적이다. 패밀리카와는 조금 거리가 멀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시승차는 퍼포먼스 팩이 들어간 롱레인지 듀얼모터이기 때문에 이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폴스타 2 롱레인지 싱글모터의 기본 가격은 5490만 원, 롱레인지 듀얼모터는 5790만 원이다. 롱레이지 싱글모터는 2022년 전기차 보조금 기준 5500만 원 이하이기 때문에 보조금 100%, 롱레인지 듀얼모터는 50%만 받을 수 있다. 두 모델의 소비자 가격 차이는 300만 원뿐이지만 보조금 이후엔 800만 원 정도 될 테니 많은 소비자가 롱레인지 싱글모터 트림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옵션은 운전자 주행을 지원해주는 파일럿 팩(350만 원)과 편의 장비와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플러스 팩(450만 원),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는 퍼포먼스 팩(550만 원, 롱레인지 싱글 모터에선 이용 불가)이다.
폴스타 2는 폴스타의 첫 번째 양산 전기차로 볼보의 플랫폼과 부품 55%를 공유하기 때문에 볼보와의 명확한 경계선을 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점은 폴스타 3와 4로 갈수록 독자적인 색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폴스타 2로 어떻게 브랜드 색깔을 만들어 나갈 지가 관건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폴스타는 폴스타 2의 올해 판매 목표를 4000대로 잡았는데, 사전 계약 하루 만에 2000대를 기록했다. 물론 사전 계약이 무조건 구매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국내에서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전기차임에도 사람들이 관심이 모아지는 건 굉장히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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