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그 비중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2021년 기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화재 건수는 29건으로 등록 대수인 약 81만 대로 나누면 0.0035%에 불과하지만 내연기관차 화재는 0.01%다. 순수 전기차 화재만 따진다면 그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소재라는 점에서 언론이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안전성 관점으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런 관점에서 본다고 해도 전기차는 안전성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전기차에서 생각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고전압 전기 시스템과 배터리다. 고전압 전기 시스템은 누전과 같은 문제를, 배터리는 충돌했을 때 누수 되는 가연성 가스를 염두해 둘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관련 법은 주행 및 충돌 후 상황을 고려해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배터리는 대게 작은 단위인 셀과 셀 여러 개로 묶은 모듈, 모듈을 묶은 팩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묶어나가면 외부 충격이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물리적 보호 구조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최근 출시한 볼보의 C40 리차지을 보면 사고 등으로 인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체 구조와 크럼플 존을 형성하는 압출 압루미늄 프레임 안전 케이지를 마련했다. 또 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냉각장치가 달려있기도 하다.
지금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법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테스트를 거쳐 인증을 받는다. 내연기관차에서는 볼 수 없는 장비와 기능을 쓰는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 설계가 반영돼 있고, 이와 관련해 더 철저한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검증 받는다. 국내 구동용 배터리 안전 기준 역시 배터리 화재나 폭발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낙하 테스트, 과충전 및 과방전 테스트, 열 노출 및 연소 테스트 등을 거치곤 하는데 어느 조건에서도 불이 나거나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리 철저하게 확인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전기차 화재나 폭발 사고를 막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 설계와 기준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이처럼 개선된 설계와 기준을 반영한다면 앞으로 나올 전기차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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