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지 언론 '네바. 투데이(Neva. Today)'에 따르면 지난 3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공공 조달 업체인 메이저 오토모빌 LLC(Major Automobile LLC)를 통해 고위 공무원용 관용차 구입 계약을 맺었다. 해당 차종은 제네시스 G90 17대와 G80 3대, GV80 1대 등 총 21대이며 쏘나타 등 현대차 60대도 관용차량으로 함께 구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관용차 구입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자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네시스를 선택한 것. 기존에는 관용차로 토요타와 아우디 등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전쟁 이후 미국 및 유럽식 부품이 포함된 차량의 러시아 수출이 금지되는 등 각국의 러시아 재제가 심화됐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예고했고 미국과 일본 역시 자동차를 포함한 상품의 수출을 금지하며 제재에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기존에 토요타와 아우디에서 관용차를 구입했지만 경제 제재 이후에는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차량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고급차는 제네시스를, 중저가 차량은 한국의 현대와 중국의 일부 브랜드 차종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경우 국산화 기술 위주로 이뤄져 대 러시아 수출 규제에 예외품목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모두 울산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 제재를 위한 미국의 대 해외직접제품 규칙(FDPR) 면제국에 포함됐기 때문에 수출이 가능하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 소비재는 군사 관련 사용자로의 수출 등이 아닌 이상 FDPR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딜러를 대상으로 정상적인 세일즈를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말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량의 약 5.8%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공장에서 현지 전용 모델인 소형 세단 쏠라리스와 SUV 1종을 생산해왔으나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현지 언론 네바. 투데이는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5월쯤 가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구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처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 대한 지원 조치"라고 전했다.
valeriak97@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