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1%였으며 우크라이나는 0.1%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린 곳은 르노-닛산-미쓰비시다. 러시아의 국민차로 불리는 아브토바즈/라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중 러시아에서 7.8%, 우크라이나에서는 0.4%의 차량을 판매해왔다. 2위인 현대는 약 6%를, 3위 폭스바겐은 2.7%를 판매했다. 미국 OEM들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판매량은 그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으로 보면 러시아가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 차지하는 비율은 2%다. 이에 르노의 조립시설 등 러시아내 생산시설을 대거 갖고 있는 르노-닛산-미쓰비시는 이번 사태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와 폭스바겐 역시 생산 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들은 주로 러시아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설이며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다수의 OEM들은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대다수를 러시아 밖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완성차 업계는 와이어 하네스 부족 문제를 호소해왔다. 이에 폭스바겐과 BMW는 유럽 공장의 일부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와이어 하네스는 자동차의 전기 전자 부품을 연결해 주는 주요 부품이나 현재 세계 10대 와이어 하네스 제조사 중 거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내 최소 하나의 조립라인을 두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와이어 하네스 판매량의 3.4%를 수출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 거점 OEM들은 와이어 하네스를 거의 전적으로 멕시코에서 공급받고 일부 공급량은 국내 생산 또는 아시아 발 수출로 충당해 유럽 OEM들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공급사들은 이미 수개월 전 잠재적 공급 지장을 예견하고 일부 부품의 공급처를 우크라이나 외부로 옮기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 원자재인 네온도 걱정거리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대 네온 수출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분쟁 당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업체를 변경하거나 안전 재고 확보를 시행했다. 이에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제조사들은 네온 공급 차질이 당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있으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반도체 공급에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팔라듐, 백금, 선철, 니켈 등 러시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원자재가 많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알릭스파트너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이 끔찍한 인적 피해를 야기한 것은 물론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여러 도전과제를 심각하게, 또 전례없는 방식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며 "자동차 기업들은 자사의 리스크 노출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반도체 제조사들의 재고 수준은 물론 납품 역량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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