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는 차량이 극한의 경쟁속에서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고 성능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들고자 하는 이념하에 레이싱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왔다. 토요타의 현 대표이사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모리조(MORIZO)라는 가명으로 직접 운전대를 잡고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으니 레이싱을 향한 토요타 가문의 열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 토요타가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에 처음 참가한 것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요타는 Toyopet Crown 모델로 호주 일주 랠리에 참가해 해외 제작사 중에서는 3위로 입성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후 1979 다카르 랠리 첫 출전, 1985년 WEC 르망 내구레이스 첫 참전, 1987년 마카오 그랑프리 첫 출전 및 우승, 1988년 영국 F3 챔피언십 우승, 1993년 일본차 메이커 최초 WRC 제조사 및 드라이버 부문 우승, 1995년 사파리 랠리 4년 연속 우승, 1999년 WRC 제조사 부문 우승 등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사업부이자 레이싱 팀인 '가주 레이싱'도 빼놓을 수 없다. 가주(GAZOO)란 일본어로 이미지나 사진을 뜻하는 가조우(画像)에서 왔다. 이들의 목표는 모터스포츠로 쌓은 기술과 역량을 보다 빠르게 적용하고 가슴 뛰는 스릴을 선사하는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 이에 탄생한 Team GAZOO는 2007년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에서 그 첫 출발을 알렸다.
독일 뉘르부르크의 서킷은 반복되는 급경사와 험한 도로, 170여 개의 코너, 약 300m의 극심한 고저차로 ‘녹색 지옥(Green Hell)’이라고 불린다. 그럼에도 당시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사내 기술자들과 팀을 꾸려 중고차를 개조해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를 완주했다. 이후 뉘르부르크링 레이스는 토요타의 스포츠카 개발 시험장이 됐다.
토요타는 뉘르부르크링 레이스에 레이싱카가 아닌 양산차를 베이스로 한 차량으로 참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4세대 수프라(A80)와 5세대 GR 수프라(A90), 토요타86, 렉서스 LC 등이 모두 뉘르부르크링 레이스를 통해 탄생했다. 토요타 86은 2011년 도쿄 모터쇼에서 양산 모델로의 런칭을 발표하기 전 프로토타입 모델로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에 참가했으며, GR 수프라 또한 2018년 A90이라는 컨셉 모델로 레이스에 참가한 바 있다. 이에 2010년 SP8 클래스 우승을 시작으로 좋은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이 외에도 토요타는 다양한 레이스에 참가했다. 1973년 창설된 FIA 세계 랠리 선수권대회에서는 2017년 복귀해 토요타 야리스로 2018년 제조사 부문 우승, 2019년~2020년에는 드라이버 부문 우승, 2021년에는 드라이버 및 제조사 부문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2년 창설된 WEC-FIA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에서도 2018년 르망 24시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21년 GR010 하이브리드 2대가 연달아 1,2위를 차지하며 르망 24시간 레이스 4연패를 달성했다.
토요타는 이렇게 레이싱에서 얻은 경험을 양산차에 녹여냈다.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GR라인업이 대표적이다. 토요타는 지난 2019년 GR 스포츠카 시리즈의 첫 번째 양산형 글로벌 모델인 수프라를 시작으로 GR 야리스, GR86, GR코롤라 등을 선보였다. 이 중 GR 수프라는 지난해 국내에서 20대 한정 판매로 공개했으며 GR86은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토요타는 오너의 레이싱에 대한 사랑이 실제 양산차에 어떻게 반영되는 지를 고객에게 선보이며 국내외의 각종 행사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있다. 이에 국내 현대차그룹도 퍼포먼스 성능을 극대화 한 N모델과 N라인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모터스포츠에서의 경험을 양산차로 옮겨오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 토요타 가주레이싱의 "향후 100년동안 사람들이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차량 만들기"라는 비전처럼 다가올 미래에 한 단계 진화할 모빌리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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