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배송캠프 운영 혁신을 발표하고 자동 분류기 오토소터를 도입했다고 한 지 불과 두 달. 실제 현장에서는 물류센터를 나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배송 작업자가 손으로 2차 분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차 분류는 일반 도로 위. 혹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인도를 가로막고 벌어지고 있어서 행인은 물론 주변을 오가는 차들 그리고 분류를 담당하느라 인도와 차도를 경계 없이 뛰어다니는 배송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분류작업을 하는 한 쿠팡 배달원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1차 분류를 물류센터에서 하고 나오지만 오후 2~3시쯤 이곳에서 매일 여러 차들이 모여 서로 분류를 다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골목에서는 비슷한 시간에 2대에서 5대의 쿠팡 배달차가 모여 길바닥에 물건을 던져놓고 재분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톤 트럭 2대에서 5대 분량의 배달 물품을 모두 꺼냈다가 다시 넣는 작업이다.
행인과 인근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길을 막으면 어떻하냐”며 항의하기도 했고 인도를 걷던 시민들은 바닥에 널린 물건을 피해 징검다리 건너듯 지나갔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회사에서는 외부에서 물건을 재분류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라며 “해당 지역 매니저에게 연락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뒤 같은 풍경이 또 펼쳐졌다. 길에 물건을 늘어놓고 재분류하고 차들은 지나지 못해 서로 눈치를 본다. 현장의 쿠팡 배달원은 “2차 분류 민원이 들어오면 그 곳 말고 다른 곳에서 분류를 하도록 지시를 받는다”며 “현재 다른 곳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스템을 해결해야지 현장에서 쫓기는 2차 분류하는 것은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팡은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와 배송 작업을 분리하라며 파업을 한 이른바 택배 대란 이후 작업을 이원화했다고 그간 밝혀왔다. 지난 3월에는 일간 10만개의 물량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알려왔다. 이후 이른바 '쿠팡친구들'로 불리는 배송담당자는 배송 업무만 집중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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