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대작전>은 1988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이다. 유아인, 고경표, 박주현, 오정세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과 더불어 8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카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한국판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등으로 기대된 작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약 100분간의 현대차 PPL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극 초반 상계동 슈프림팀이 비자금 수송팀에 들어가기 위해 레이싱을 하는 장면에는 2세대 쏘나타의 모습이 멋지게 1등을 차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시작으로 안검사(오정세)가 상계동 슈프림팀에게 원하는 차를 고르라고 하는 장면에는 당시 현대차의 대표 차종들이 대거 등장하는 등 '현대'의 연속이었다.
현대차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차량 등장을 위해 넷플릭스와 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현대차가 선택한 영화 속 대표 차는 포니 픽업이다. 포니 픽업은 영화 속에서 튜닝을 거쳐 독특한 스타일과 함께 상계동 슈프림팀의 비자금 회수 작전을 돕는다. 여기서 이런 의문점이 들었다. 왜 하필 포니였을까?
국내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1967년 현대차를 설립한 정세영 명예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로 포니를 수출하며 현대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올려놓아 '포니 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던 1999년 정주영 회장에 의해 현대차 사장으로 취임한 정몽구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과 껄끄러운 관계 등의 이유로 과거보단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집중했왔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정의선 회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2020년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며 '현대의 헤리티지'를 들고나오며 포니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포니의 정신을 담은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선보인 것. 아이오닉5의 실물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현대차 원효로 사옥에서 공개했다. 이곳은 정세영 회장이 포니를 처음으로 만든 곳이자 정몽구 명예회장이 부품과 과장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곳으로 현대차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장소다.
현대차는 이번 영화를 위해 이 구 원효로 서비스센터 부지를 촬영 장소로 제공했다. 여기에 모든 역경에도 크게 망가지지 않고 극 중 임무를 완수하는 포니 픽업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현대차의 모든 헤리티지를 영화에 녹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극 중 대한민국 실세로 등장하는 강회장(문소리)이 상계동 슈프림팀에게 보너스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등의 장면을 보면 마치 현대차 헌정 영상으로 보일 지경이다.
이에 영화에 대한 평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네이버 영화 기준 누리꾼들의 평점은 10점 만점의 4.87점. 연출에 대한 문제부터 몇몇 배우들의 과도한 연기, 그리고 시대에 맞지 않게 튜닝된 자동차와 1980년대 이후 생산된 차의 등장 등 고증 오류까지 이유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어차피 현대차는 승자다. 138분이라는 긴시간동안 모든 헤리티지를 녹여냈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작전>은 국내 여론과는 달리 해외에서만큼은 좋은 기록을 세우고 있는 듯 하다. 29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8위를 기록한 것.
이와 함께 현대차는 M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내 인기 월드인 ‘드라이빙 존’을 새로 꾸며 영화 속 주인공의 아지트인 차량 정비소 ‘빵꾸사’를 생생하게 구현하고, 영화 속 등장 차량을 조립하거나 운전해볼 수 있는 가상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29일부터 10월 28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특별 전시를 열고 실제 영화 촬영에 사용된 포니 픽업 튜닝카와 그랜저 1세대를 선보인다. 완벽한 PPL의 완성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역사가 담긴 차량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고 개성 넘치는 매력을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과의 파트너십과 진화된 콘텐츠로 많은 고객께 색다른 즐거움을 지속해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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