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했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21개 차종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배터리 광물 비율을 맞추거나 부품 생산지를 확인하는 등 추가 제약이 더해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방안을 비롯해 배터리 및 원자재 수입선 변경 등 비상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에 판매하는 아이오닉5와 EV6 등 모두 한국에서 조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은 당초 내년 상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5년 상반기 완공이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 수정에 나섰다.
한국 정부의 실무대표단도 지난달 31일 미국을 방문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는 2025년까지 IRA 시행을 유예하거나, FTA를 맺은 국가까지 보조금 지급 대상을 늘리는 방안 등을 요청했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쟁사들은 대체 원자재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캐나다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배터리의 원재료로 쓰이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확보했다.
폭스바겐 허버트 디스(Herbert Diess) CEO는 "배터리 원자재 공급과 탄소 발생량이 낮은 전구체 및 양극재의 생산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배터리 생산 능력을 빠르고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현재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신규 부지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들도 앞다퉈 북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혼다는 지난 30일 LG에너지솔루션과 44억 달러(약 5조9606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연 40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과 모듈을 양산할 예정이다.
토요타도 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3250억 엔(약 3조1543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며 일본과 미국에서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최대 40GWh까지 늘릴 전망이다.
강명길 valeriak97@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