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엔지니어와 영업 분야를 만나보니 알핀의 차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두 개 모델 정도를 한국에서 생산,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알핀의 CEO가 공개적으로 이같은 내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알핀은 르노와 달리 대중적인 자동차가 아닌데다 연간 1만대 미만의 적은 생산량을 가진 브랜드다. 하지만 최근 적자폭이 줄어들면서 차세대 계획을 준비하는 중이다.
르노그룹이 발표한 알핀의 상반기 성적을 보면 한국 생산에 대한 의지는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총 1710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기준 70.8%나 증가한 수치다. 프랑스가 944대로 가장 많았고 영국, 독일, 벨기에와 록셈부르크 등이 세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일본이다. 88대를 기록하며 판매량 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은 고성능차 알핀의 진가가 드러나는 국가 중에 하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이 보다 원활할 것으로 보여 판매량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서의 판매량은 알핀의 한국 생산설을 뒷받침한다. 이미 르노코리아가 XM3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또, QM6 TCe300에는 알핀과 동일한 RE18 엔진을 국내에서 생산, 탑재하고 있다. 판로가 열려있는 일본으로의 수출과 엔진을 포함한 부품의 공유 역시 알핀의 국내 생산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 지점이다.
알핀의 차세대 모델이 EV가 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국내 생산설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부품의 상당수가 국내에 위치했고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이 다양한 차종을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생산’에 최적화 됐다는 점에서다.
르노그룹 내에서도 알핀의 확장에 대해 긍정적이다. 2020년 7월 취임한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 역시 알핀 브랜드를 더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이달 방한 기자회견에서도 르노코리아 공장의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알핀이 국내 생산을 시작한다면 첫 모델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랑로씨 CEO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알핀이 그간 르노그룹의 부속 모델로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완전한 독립 브랜드로 정착시키려고 한다”며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자체 밸류체인을 갖추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에 수익을 내고 이후 5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핀은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A110 모델을 튜닝한 A110S와 A110R을 공개했다. 또, 수소차 ‘알핀 알펜글로우’도 선보이며 EV의 한계를 뛰어 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파리=이다일 기자 auto@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