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르노 브랜드의 변화는 진취적이다. 메인 무대에 올라온 콘셉트카는 기존 르노의 모습이 아니다. 각각 새로운 디자인을 갖고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패밀리룩을 강조하던 르노의 디자인. 로렌스 반덴 아커(Laurens Van den Acker) 르노디자인 총괄 부회장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보았다.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로렌스 반덴 아커 부회장은 여전히 젠틀했다. 185cm에 가까운 큰 키에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었지만 신발은 흰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포인트로 르노 부스와 콘셉트카와 컬러를 맞춘 자주색 끈이 눈에 띈다.
로렌스 부회장은 10년 넘게 파리모터쇼에 매번 방문했던 기자와 이미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아우디, 포드, 마쓰다를 거쳐 2009년 르노에 자리를 잡으며 디자인 전략 ‘라이프 플라워’를 발표했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우리에게 익숙한 르노코리아의 XM3 역시 이 전략의 ‘Play’에 속하는 차다.
르노디자인을 총괄하는 로렌스 부회장에게 XM3의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왜 인기 있는 디자인일까? 이에 대해 “(XM3)는 독보적인 다지인 비율과 스포티한 실루엣, 높은 지상고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던 디자인 키워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XM3가 속한 이른바 B세그먼트에서 이런 디자인의 차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경쟁 모델이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B세그먼트가 갖지 못한 장점이란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XM3는 11월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도 앞두고 있다. 르노그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특별한 디자인을 더하지 않았고 기존의 비율과 디자인을 유지하며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12년 전 르노그룹에 처음 왔을 때 회사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주기를 원했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는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발표하고 앰블럼의 크기와 모양을 바꾸며 회사의 변화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서 전시한 차는 ‘라이프 플라워’를 벗어났다. 속칭 ‘튀는 차’들이 등장했다. 르노 컨셉 4EVER 트로피, 르노 R5 터보 3E 콘셉트 그리고 르노 R5 E-tech 프로토타입이다. 메인 무대에 나란히 선 차들은 모두 제각각의 언어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서 로렌스 부회장은 “과거에는 패밀리룩이라는 공통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구했지만 새로운 CEO는 하나하나 개성을 추구하길 바라고 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성을 추구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차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요즘 고객들은 무엇인가 진취적인 포인트를 원하는 것 같다. 유럽 고객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새로운 것을 바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 디자인의 자유도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옛날에는 엔지니어링의 제한으로 제약이 있었다. 차가 스마트해지고 인텔리전트 기능이 들어가면서 안전을 위한 여러 장치들, 예를 들면 범퍼도 필요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자동차를 더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르노그룹 디자인센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한국 디자인센터에서는 이미 신차의 디자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로렌스 반덴 아커 부회장은 “지난주 한국에 새로운 디자인 수장을 파견했다”며 “새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굉장히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리=이다일 기자 auto@autocast.kr